초효율의 시대, 육아라는 아름다운 비효율

영국 더럼 대학교의 인류학자 헬렌 볼 교수는 BASIS 연구소를 통해 현대 육아의 고통을 ‘생물학과 문화의 충돌’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수만 년 전 인류의 유전자를 그대로 가진 아기와 ‘데이터와 효율’을 맹신하는 21세기의 현대 문화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헬렌 볼 교수는 수면 앱과 육아 데이터에 의존할수록 부모는 자신의 직관을 잃고, 이는 결국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한다고 경고합니다.

아기를 낳기 전 우리의 삶은 어땠나요? 아침이면 정해진 시간에 눈을 떠 영양제를 챙겨 먹고, 출근길에는 가장 빠른 최적 경로를 검색하며, 업무 중에는 할 일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갈 때의 쾌감을 동력 삼아 살았습니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펴면 한 시간 만에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운동 루틴을 지키며 내 몸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던, 이른바 ‘효율의 정점’을 찍던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이 견고했던 효율의 법칙은 처참하게 깨집니다.

효율의 시대를 사는 부모, 통제 불가능한 존재를 만나다

부모들은 당황합니다. 1시간이면 충분했던 식사는 아기의 울음 한 번에 차갑게 식어버리고, 10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외출 준비는 기저귀 사고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그동안 내가 공들여 쌓아온 노력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24시간 울어대는 아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입니다.

효율의 시대와 육아의 충돌 출산 전 정해진 시간 기상 할 일 체크리스트 최적 경로 검색 통제 가능한 루틴 1시간 완성 업무 효율의 정점 VS 출산 후 예측 불가능한 시간 ? ? 차갑게 식는 식사 1시간 넘는 외출 준비 24시간 울어대는 아기 무너지는 통제 속수무책 수만 년 전 유전자 × 초효율 21세기 문화 현대 육아의 고통은 이 충돌에서 시작됩니다 ⓒ 2026.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이때 현대 부모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검색창, 그리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입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혼란을 다시 ‘통제 가능한 상태’로 되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최근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AI에게 수면 교육 방법을 묻고, 아기의 울음 의미를 분석한다는 증언이 쏟아집니다. AI가 준 답을 정답지로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지름길이 빼앗아가는 것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답에 가까운 확률로 답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AI는 확률상 정답을 제공해주는 것뿐이지, 나에게 딱 맞는 정답을 제공해줄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90%의 진실과 10%의 오류가 그럴 듯하게 뒤섞여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는 제시된 답의 오류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소통의 방식’에 있습니다.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은 소통에서 말(언어)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7%이며, 나머지 93%는 표정과 목소리의 톤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말 못 하는 아기야말로 100% 비언어로 소통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텍스트 데이터만 분석하는 AI는 아기가 보내는 93%의 신호를 읽지 못합니다. 7%의 정보만 가지고 내린 AI의 처방이, 아이의 표정과 숨소리까지 보고 듣는 부모의 ‘비효율적인 관찰’을 이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육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여, 내 눈앞의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로부터 직접 배우는 과정이 그 기초가 됩니다. 기초를 쌓는 과정을 건너뛰고, 문제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답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일이 반복되면, 부모로서 쌓아가야 할 ‘관찰의 근육’은 퇴화하고 맙니다.

AI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내 아이의 옅은 숨소리와 미세한 표정 변화에 담긴 맥락까지 가르쳐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답답한 마음에 육아 과정을 AI에게 하나하나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아기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얻어야 할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기술에 넘겨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비효율성의 선물, 직관

역설적이게도 육아의 진정한 가치는 그 지독한 비효율성에 있습니다. 밤새 아이를 안고 서성이며 ‘왜 안 잘까’를 고민하는 시간, 달래지지 않는 울음을 견뎌내는 그 억울한 시간들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철저한 손실입니다. 하지만 신경과학적으로 볼 때, 이 과정은 부모의 뇌 속에 거대한 양육 회로를 만드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처럼, 처음엔 페달을 밟는 것조차 비효율적이고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그 반복을 거친 부모는 어느 순간 인공지능보다 정확한 직관을 갖게 됩니다. 아기의 끙끙 소리가 진짜 배고픔인지 잠꼬대인지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불필요한 개입은 줄어듭니다. 이러한 직관은 오직 스스로 비효율의 시간을 통과하며 아이를 관찰한 부모만이 가질 수 있는 훈장입니다.

직관은 부모의 훈장 문제 발생 아기가 울어요 AI 검색 빠른 답 순환 직접 관찰 반복 경험 성장 1년 후 직관보다 검색 우선 직관으로 결정 ⓒ 2026.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육아는 해결해야 할 과업이 아닌 동반 성장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육아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효율을 추구할수록 아이는 통제 대상이 되지만, 비효율을 받아들이는 순간에 비로소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육아를 통해 성장하는 지점은 정답을 빨리 찾아냈을 때가 아닙니다. 도저히 효율적일 수 없는 상황을 묵묵히 견뎌내고, 내 삶의 속도를 타인의 속도에 맞춰보는 이타적인 연습을 할 때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 깊어집니다. 기술이 정답을 대신 써줄 수는 있어도, 그 견딤의 시간을 통해 얻어지는 인간적인 성숙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지금, 아기 앞에서 서성이는 당신에게

AI는 정답을 찾기 위해 수억 개의 데이터를 뒤지지만, 부모는 아이의 울음소리 하나에서 직관적으로 정답을 찾아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데이터보다 내 안의 목소리를 믿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당장 인공지능이 주는 정답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공지능은 당신에게 정보를 줄 뿐, 엄마라는 존재를 완성해 주지는 못합니다. 우리를 진정으로 부모답게 만드는 스승은 지금 당신 품 안에서 울고 있는 바로 그 아기입니다.

지금의 고군분투가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나요? 괜찮습니다.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비효율의 시간을 통과하며,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당신만의 양육 신경 회로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 참고 자료

Ball, H. L. (2019). Toward an Integrated Anthropology of Infant Sleep.

B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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