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취침 전쟁 (1) – 취침 거부 비율 61.3%

“이제 잘 시간이야~” 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실랑이.물 한 잔만~, 화장실 갈래, 책 한 권 더, 엄마랑 잘 거야 등등등… 요구는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30분이 훌쩍 지나가면, 부모는 지치고, 아이는 더 흥분합니다.

취침 저항(Bedtime Resistance)은 부모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수면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현상이 얼마나 흔한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실제 수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많지 않았습니다.

2025년 1월, 유럽소아과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ediatrics)에 이 공백을 채우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Saint Joseph’s University와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연구팀은 미국의 318명 어머니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자녀의 평균 월령은 23.1개월이었으며, 12-23개월 162명, 24-36개월 156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조사에는 Brief Infant Sleep Questionnaire-Revised Short Form (BISQ-R SF)이 사용되었는데, 이 검사는 과거 2주간의 아이 수면 패턴을 부모가 보고하는 방식의 검사입니다.

취짐 저항 비율은 61.3%

전체 318명 중 195명(61.3%)의 어머니가 자녀의 취침 저항을 보고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일본 연구(34.1%)나 글로벌 연구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연령별로는 12-23개월 57.4%, 24-36개월 65.4%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며, 월령이 높아질 수록 취침 저항이 높아진다는 것이 보입니다.

1주에 평균 4.42일 발생하였으며, 한 아이당 평균 5.08가지의 서로 다른 저항 행동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아 취침 저항 비율 12-36개월 유아 318명 대상 61.3% 취침 저항 있음 (195명) 38.7% 저항 없음 (123명) 주당 평균 4.42일 발생

취짐 저항 시점 1위는 소등

취침 저항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점은 소등 후 부모가 아이를 재우려는 시점이었습니다(60.0%). 취침 루틴 중 소등 전(55.9%), 취침 시작 언급 시(22.6%), 취침 루틴 시작 전(5.0%) 순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24-36개월 유아의 경우에는 소등보다 취침 시작을 언급했을 때 저항을 보이는 비율이 12-23개월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51.0% vs 21.5%). 인지능력이 발달하면서 잠잘 준비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저항을 미리 보이기 시작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취침 저항이 나타나는 시점 취침 저항 아이들 195명 중 (중복응답 가능) 60% 50% 40% 30% 20% 10% 0% 60% 소등 후 (117명) 55.9% 루틴 중 (109명) 36.9% 취침 언급 시 (72명) * 중복 응답 가능하여 합계가 100%를 초과함

월령별로 달라지는 저항행동

12-23개월 상위 행동

  • 울거나 짜증내기 68.8%
  • 침대에서 나오기 60.6%
  • 침대에서 기어나오려고 시도 37.5%

24-36개월 상위 행동

  • 침대에서 나오기 65.7%
  • 안아달라거나 같이 누워달라고 요청 58.8%
  • 루틴 중 더 하고 싶다고 요청 49.0%

어린 연령에서는 울거나 짜증내기가 더 많았고, 높은 연령이 될수록 놀이 시간 추가, 루틴 활동 연장, 스킨십, 특정 물건, 간식이나 음료, 화장실 요청 등으로 구체적인 요청을 하는 형태가 발견됩니다.

불편함을 울음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아기에서 구체적 요구와 협상 전략을 구사하게 되는 유아로의 발달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취침지연시간 2배

취침 저항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취침 시간이 평균 26분 늦었고(8시 8분 vs 7시 42분),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배나 더 걸렸습니다(41분 vs 21분). 밤잠 시간은 32분 짧았고(9.8시간 vs 10.3시간), 총 수면 시간은 45분 짧았습니다(12.3시간 vs 13.2시간).

흥미롭게도 두 그룹 간에 낮잠시간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취침 저항에 따른 수면 지표 비교 저항 있음 저항 없음 8:08 7:42 취침 시간 41분 21분 입면 시간 9.8h 10.3h 밤잠 시간 12.3h 13.2h 총 수면

독립입면과의 연관성

연구팀이 분석한 수면생태 변수 중에서는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인 항목은 독립입면(Self-Soothing to Sleep)이었습니다.

취침 저항 없는 그룹의 64.2%가 독립적으로 잠들었지만, 취침 저항 있는 그룹은 37.4%만 독립적으로 잠들었습니다.

수치만으로 보면, 취침저항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독립입면 연습이 강조될 수도 있으나, 연구팀은 이 부분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독립입면 능력이 있어서 취침 저항이 적은 것인지, 취침 저항이 심한 아이들에게 부모 개입이 늘어나게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으므로 단순하게 독립입면 가능 = 취침저항 없음으로 치환할 수는 없으니까요.

독립입면은 그저 혼자 재우기 기술이 아닌, 자기 조절(Self-Regulation) 능력의 지표로 해석해야 합니다. 각성 상태에서 이완 상태로 전환하고, 불편감을 스스로 달래고, 외부 자극 없이 진정하는 자기 조절 능력의 발달도 기기, 걷기처럼 각자의 발달 시간표를 따릅니다.

독립입면과 취침 저항 취침 저항 없음 64.2% 독립입면 35.8% 취침 저항 있음 37.4% 62.6% 독립입면 비율 차이: 26.8%p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 (Phi=0.266, p<0.001)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운 연구의 한계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연구가 가진 한계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가장 큰 한계는 횡단면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취침 저항이 수면 문제를 일으키는지, 수면 문제가 취침 저항을 일으키는지, 제3의 요인이 둘 다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부모가 작성하는 설문지에 의존했기 때문에 주관적 해석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머니만 응답했고 아버지나 다른 양육자의 관점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표본도 백인 중산층, 고학력 가정에 편중되어 있어 저소득층, 소수인종, 다문화 가정의 대표성이 부족합니다. 미국 문화권에 한정되어 있어 공동 수면 문화권에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부모 인식의 차이

취침 저항을 보고한 195명의 어머니 중, 106명(54.4%)만이 이를 문제로 인식했습니다. 나머지 89명(45.6%)은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취침 저항 행동에 대해서도 가족마다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어떤 부모는 지연 전술로 해석했고, 어떤 부모는 자율성의 표현으로 해석했습니다. 어떤 부모에게는 나쁜 습관이 어떤 부모에게는 정상 발달이었던 것이죠.

연구팀은 이러한 “부모 인식과 객관적 행동의 불일치”를 생각했을 때, 개입의 필요성과 부모의 주관적 고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표현과 경계 설정은 대립하는가

연구 데이터를 다시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12-23개월의 울음(68.8%)이 24-36개월에는 48.0%로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구체적인 요구와 협상 시도가 증가했습니다.

24개월 아이가 “물 한 잔만요”라고 말할 때, 이 안에는 자기 신체 상태 인식, 욕구의 언어화, 협상 시도, 전략적 사고가 모두 들어있습니다. 12개월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입니다.

취침저항 자체를 인지능력이 발달과 함께 따라오는 부모와 아이의 충돌을 문제로 볼 것인가, 아이의 발달로 볼 것인가는 관점과 해석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죠.

여기에 더해, 이 문제에는 역설적인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이가 욕구를 표현하지 않으면, 부모가 경계를 알려줄 기회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이가 “물 한 잔만”라고 말하지 않으면, 부모는 “안 돼, 지금은 물 마시는 시간이 아니야”라고 가르칠 수 없습니다. 아이가 “책 한 권만 더”라고 저항을 시도하지 않으면, 부모는 “오늘은 딱 두 권만 읽는 거”라고 경계를 설정할 기회를 얻을 수 없습니다.

표현과 경계 설정은 대립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욕구를 표현하며 자기를 배우고, 부모는 경계를 세우며 안정감을 줍니다. 아이는 경계를 경험하며 조절을 배우고, 부모는 아이의 표현에 반응하며 유연함을 배웁니다.

경계 설정은 상호작용입니다. 완벽하게 일관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시도를 멈춥니다. 표현하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기에 표현을 멈춥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를 만났을 때 당황하게 됩니다. 현실은 완벽하게 일관적이지 않으니까요.

대체로 일관적이되, 가끔은 다르게. 기본 패턴을 제공하되, 변수도 함께 제공하면, 아이는 안정감과 함께 변화에도 적응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취침저항과 같은 사소한 충돌 경험은 아이에게 시도하고, 상황을 읽고, 협상하는 사회적 기술을 가르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취침 저항에 대처하기

월령에 따라 다른 대처

12-23개월 : 울음과 짜증이 주된 표현입니다. 신체적 안정감과 즉각적 반응이 중요합니다.

24-36개월 : 언어적 요구가 증가합니다. 표현을 인정하되, 제한적 선택권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표현 수용과 경계 유지

“목마르구나.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어.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야.” 욕구를 인정하고, 제한적 선택권을 주고, 명확한 경계를 설정합니다.

일관성과 유연성의 균형

기본 규칙은 유지하되(8시 취침, 책 2권),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합니다. 금요일은 조금 더 놀거나, 여행 중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유를 설명하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부모 자신 돌보기

지친 부모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배우자와 교대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고, 완벽한 부모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Carson 연구는 취침 저항이 유아기의 보편적 현상임을 보여줍니다. 61.3%가 경험하는 이 과정은 문제가 아니라 발달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잠을 자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배우고 살아내기 태어났습니다. 취침 저항은 당장 뿌리뽑아야 하는 문제점이 아니라, 유아의 발달과 함께 지나야 하는 과정입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비교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의 리듬을 찾아가세요.


참고문헌

유아의 취침 저항에 대한 탐색적 연구

Exploratory study of bedtime resistance in toddlers (13 Sept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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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취침 전쟁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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