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첫째의 양육 교육의 효과가 둘째에까지 이어졌다는 연구를 소개했죠? 그 연구에서는 양육 교육을 받지 않은 둘째와의 격차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부모의 노력과 상관없이, 그저 동생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더 잘 잔다는 흥미로운 대규모 연구가 있어 소개합니다.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의 수면이 나빠질까?
상하이교통대학교 리셩후이(李生慧) 교수는 아동 수면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그는 2005년부터 중국 아동의 수면을 추적하며, 내분비학과 신경생물학 관점에서 수면이 아이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생의 과제로 연구해왔습니다.
과거 한자녀 정책 시절부터 연구를 해온 리 교수팀은 2013년 이후 정책 변화로 둘째, 셋째가 늘어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는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설칠까? 반대로, 동생들은 형제들 틈에서 어떻게 잘까?
기존의 미국, 호주 연구들은 표본이 작거나 특정 수면 문제만 다루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리 교수팀은 2019년, 상하이 13개 구에서 16,936명의 아이들을 모집했습니다. 역대 출생 순위 연구 중 최대 규모였죠. 수년간의 분석과 검증을 거쳐, 이 기념비적인 연구 결과는 2025년 11월 드디어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Sleep Medicine, 2026 게재 예정)
둘째 이후, 수면 문제 27% 감소
첫 번째 발견은 명확했습니다. 둘째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수면 문제 위험이 27-30% 낮았어요.
더 흥미로운 건 용량-반응 관계였습니다. 출생 순위가 늦을수록 마치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가듯이 수면문제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첫째 대비 둘째는 25%, 셋째는 41%, 넷째 이상은 68% 감소나 수면 문제 위험이 낮았습니다. 동생으로 태어날수록 잠을 더 잘 잔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증명된 셈입니다.
외동아이: 잠투정은 심하지만, 잠은 챙겨 잔다
외동아이는 조금 복잡했습니다. 전체적인 수면 점수는 첫째와 비슷했지만, 세부 항목을 뜯어보니 달랐습니다.
외동아이는 첫째보다 취침 저항(자러 가기 싫어함)이 24% 높았고, 수면 불안은 18%, 수면 호흡 장애는 17% 더 높았습니다. 부모의 온전한 관심을 받는 만큼, 밤에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더 힘들어하고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죠.
반면,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습니다. ‘수면 시간 부족 위험’은 첫째보다 10% 낮았습니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실랑이는 벌일지언정, 막상 잠들면 부모가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주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연구에서 또 흥미로운 부분은 출생 순위 효과가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남아가 여아보다 2배 출생순위의 영향을 받았고, 취학 아동보다 유아가 1.5배 영향을 받았습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아이, 수면 문제 가족력이 있는 아이,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 가정의 아이에게서 출생 순위 영향이더 컸습니다.
모체 면역, 환경 면역, 스트레스, 부모 경험
연구팀은 네 가지 가설을 냈습니다.
첫 번째는 모체 면역 가설입니다. 엄마가 첫 아들을 임신하면 Y염색체 단백질(NLGN4Y)에 처음 노출되면서 면역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생기고,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죠. 하지만 둘째 아들부터는 엄마 몸이 이미 적응했기 때문에 반응이 약합니다. 이게 신경 발달을 바꾸고, 결국 수면에도 작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위생 가설입니다. 첫째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지만, 둘째부터는 형제자매를 통해 미생물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이런 노출이 면역계를 튼튼하게 만들고, 면역계가 안정되면 수면도 안정된다는 논리죠.
세 번째는 심리적 적응입니다. 첫째는 외동으로 살다가 동생이 태어나면서 문화충격을 겪습니다. 부모의 관심이 나뉘고, 역할이 바뀌면서 스트레스를 받죠. 반면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형제가 있는 버전으로 시작합니다. 적응해야 할 새로운 상황 자체가 없는 거예요.
네 번째는 부모의 양육 경험입니다. 첫째를 키울 때는 모든 게 처음이라 불안합니다. 아기가 울면 바로 달려가고, 잠투정을 하면 즉시 개입하죠. 하지만 둘째부터는 달라집니다. 좀 울어도 괜찮다는 것, 잠깐 기다려봐도 된다는 여유가 생기거든요.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2022년 Hohman 연구에서 둘째를 키우는 부모들은 첫째 때보다 밤중에 개입하는 횟수가 확 줄었잖아요. 부모의 양육 경험이 둘째가 더 잘 잘 수 있게 돕는 건 분명한 일이죠.
우리가 맞았어요
20년 동안 중국에서도, 호주에서도, 미국에서도 수많은 부모들이 말해왔던 그것. “둘째가 잘 자더라”는 말이 통계로 증명됐습니다. 16,936명의 데이터가 우리의 경험을 뒷받침해준 거죠.
물론 이 연구에도 한계가 있어요. 부모가 작성한 설문이라 완벽하게 객관적이지는 않고, 중국 상하이라는 특정 문화권의 이야기이며, 인과관계를 증명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가 육아 카페에서, 육아 커뮤니티에서,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주고받던 그 이야기를 누군가는 20년 동안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결과는 우리가 맞았다는 거예요.
당연히 통계가 개별 가정의 진리는 아닙니다. 우리집 둘째는 첫째보다 못 잘 수도 있어요. 그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첫째 키우면서 밤마다 고생하는 부모님들, 이 연구가 전하는 메시지 하나는 기억해주세요.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 통계적으로 첫째라는 위치 자체가 더 어렵다는 게 밝혀졌으니까요.
참고문헌
Risk factors associated with short sleep duration among Chinese school-aged children (2010)
Chen, T., Wang, Z., Wang, Z., et al. (2025). Birth order and its effects on childhood sleep quality: a large epidemiological study.
Hohman, E.E., Savage, J.S., Marini, M.E., et al. (2022). Effect of the INSIGHT Firstborn Parenting Intervention on Secondborn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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