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적인 리듬이 안정되는 9개월 전까지

그토록 기다리던 백일의 기적. 대부분 백일의 기적이 아닌 백일의 기절을 맞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백일이면 밤낮은 구분한다더니, 밤 10시에 잠들었다가 새벽 2시, 5시에 깨서 우는 아기를 지켜보면서 막막했던 분이라면, 이 글에서 답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육아서마다 “생후 3-4개월이면 밤낮을 구분한다”고 나와 있지만, 막상 그 시기가 지나면 새벽 4-6시 깸은 더 심해집니다. 왜냐하면 밤낮 구분하는 것과 새벽깸은 연동되어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 일주기 리듬의 완성에 대해서는 오랜동안 연구마다 다른 답이 나왔어요. 어떤 연구는 생후 2주, 어떤 연구는 3개월, 또 다른 연구는 9개월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연구 방법과 개념이 다르다 보니 결론이 다르게 전달되었던 것이죠. 이런 혼란 때문에 부모들은 더 답답했습니다.

2024년 메타분석이 밝혀낸 결정적 증거

2024년, 흥미로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덜란드 연구팀이 전 세계 16개 연구에서 나온 14,985명 아기 데이터를 똑같은 기준으로 재분석한 메타분석이었습니다.

이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그 규모와 분석 방법에 있어요. 지금까지 개별 연구들은 서로 다른 측정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결과를 비교하기 어려웠거든요. 어떤 연구는 혈액으로, 어떤 연구는 타액으로 코르티솔을 측정했고, 샘플링 시간대도 각각 달랐어요. 이 메타분석은 모든 데이터를 동일한 기준으로 재분석해서 처음으로 명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밤낮 구분 vs 리듬 안정화

분석 결과, 아기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패턴이 어른과 같아지는 시점은 생후 6-9개월 경향을 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침과 저녁 코르티솔 비율이

  • 0개월: 1.7배 (거의 차이 없음)
  • 6-9개월: 3.7배 (각성호르몬이 아침에 4배 가깝게 나온다는 의미)

이 비율이 6-9개월에 3.7배로 늘어난 다음부터는 더 이상 변함없이 유지됩니다. 즉, 성인과 같은 리듬이 완성된다는 거예요.

코르티솔 리듬 발달 과정

아기 코르티솔 리듬 발달 과정

아침:저녁 코르티솔 비율 변화 (14,985명 메타분석 결과)

💡 핵심 포인트
6-9개월에 3.7배로 증가한 후 안정화
🔬 연구 의미
성인과 같은 리듬 완성 시기 확인

흥미로운 부분은 이 시기가 임상적으로 새벽깸이 줄어드는 시기와 비슷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부모들이 경험적으로 “6개월 넘어서 밤잠이 좀 안정됐다”고 말했던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거죠.

이제 언제 리듬이 생기나?, 가 아닌 “어떻게 안정화를 도울 것인가?”에 집중할 단계입니다.

밤낮 구분 vs 리듬 안정화

3-4개월 밤낮 구분: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되면서 밤에 규칙적인 시간이 잘 수 있게 되고 좀 더 오래 잘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새벽 4-6시 무렵에 더 자주 깨게 됩니다.

6-9개월 코르티솔 리듬 안정: 밤중깸 문제는 코르티솔 패턴이 어른처럼 완성되면서 진정돼요. 생리적인 의미에서는 성인과 같은 리듬으로 기상하고 잠잘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24시간 공동조절

그러면 그때까지는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할까요?

연구자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은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냈습니다.

부모와 아기는 24시간 리듬을 같이 만들어가는 모습이 발견된 것이죠. UC Davis 대학 연구팀은 이걸 “24시간 공동조절”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아버지 리듬의 ‘정박지’ 역할

2024년 일본의 Asaka 연구팀이 발표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요. 임신 33주부터 생후 8개월까지 한 가족의 일상을 면밀히 추적한 결과, 출산 직후 어머니의 생활 리듬이 불규칙해질 수밖에 없을 때도 아버지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면 가족 전체의 리듬이 더 빨리 안정화되었어요.

구체적으로는 어머니의 일주기 리듬 회복이 빨라지고, 아기의 수면 안정성도 향상되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아버지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자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생체리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거죠.

부모-아기 리듬의 놀라운 동조성

Thomas 연구팀(2014)이 43쌍의 어머니와 아기를 관찰한 결과도 주목할 만해요. 생후 4주라는 이른 시기부터 아기는 부모의 리듬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부모가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면 생후 12주가 되면 어머니와 아기의 활동 리듬이 85%의 높은 일치도를 보였습니다.

85%라는 수치가 얼마나 놀라운 건지 아시나요? 이는 아기가 단순히 수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부모와 적극적으로 리듬을 동조하고 있다는 의미예요.

최신 연구가 밝혀낸 공동조절 메커니즘

최근 UC Davis의 Boyer 연구팀(2025)은 이런 현상을 더 정교하게 분석해서 ’24시간 공동조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어요. 부모의 돌봄 행동이 아기의 일주기 리듬 발달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일상의 작은 스트레스도 이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냈죠.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가족 중 누구라도 일정한 리듬 유지

엄마아빠가 매일 하는 일들은 모두 아기 뇌에 리듬을 새기는 소중한 과정이었습니다.

  •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 낮과 밤 환경을 구분해주기
  • 규칙적인 루틴 만들기
  • 아기의 신호에 적절히 반응하기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꼭 주양육자가 아니더라도 한 명의 안정된 패턴이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입니다. 가족 중 한 명만 안정된 패턴을 유지해도 가족 전체 생체리듬이 더 빨리 안정화되었습니다.

낮과 밤 환경 신호 확실하게 구분

아직 밤낮 구분을 못하는 시기에도 엄마아빠가 환경을 다르게 만들어주면 아기 뇌는 알아차립니다. 낮에는 밝은 빛과 적당한 소음을 유지하고, 저녁에는 조명을 낮추고 소리를 줄인 생활을 한 아기들의 경우, 밤잠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작은 노력의 결실

생리적인 리듬이 완성되기 전의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다는 것을 연구는 밝혀냈어요. 이 시기의 꾸준한 노력은 아기 수면 발달에 튼튼한 기초가 됩니다.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아기 수면은 35% 안정되고, 밤잠도 1.5시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생리적인 리듬이 완성되기 전의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다는 것을 연구는 밝혀냈어요. 이 시기의 꾸준한 노력은 아기 수면 발달에 튼튼한 기초가 됩니다. 부모의 작은 노력만으로도 아기 수면이 안정되고, 밤잠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24시간 공동조절 연구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볼게요.


참고문헌

Kervezee, L., Romijn, M., van de Weijer, K. N. G., et al. (2024). 유아기 코르티솔 분비의 24시간 리듬 발달: 개별 참여자 데이터의 체계적 고찰 및 메타 분석

Asaka, Y., et al. (2024). 임신 후기부터 출생 후 8개월까지 액티그래피를 이용한 부모-영아 휴식-활동 리듬에 대한 종단 연구

Thomas, K. A., Burr, R. L., Spieker, S., Lee, J., & Chen, J. (2014). 어머니-유아의 일주기 리듬: 개별 패턴과 쌍동성 동기화의 발달.

Boyer, C. J. (2025). 생후 첫 2년 동안의 각성 및 부모-자녀 상호작용의 일주기 리듬: 24시간 공동 조절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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