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또 깨서 울고 있는 아기를 안으며 이런 생각이 드신 적 있나요?
“낮에 계속 먹었는데 또 배가 고픈 거야??”
모유수유를 하는 많은 엄마들이 경험하는 혼란입니다. 그래서 아기가 울 때마다 젖을 물리고, 어느새 젖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패턴이 굳어져 버리죠.
분유를 먹이면 안 깨고 잘 것 같다는 기대가 올라오는 한편, 힘들게 유지해온 모유수유에 대한 미련에 단유도 선택하지 못합니다. 혹시 내 모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책감까지 더해지죠.
최근 발표된 과학 연구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문제는 모유수유 자체가 아니라, 아기의 수유욕구와 수면욕구를 구분하는 우리의 능력에 있다는 것입니다. 첫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이런 신호 구분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모유수유의 과학적 우수성을 재확인하고, 왜 많은 부모들이 아기 신호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지, 그리고 규칙적인 일과를 통해 이런 구분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과학이 증명한 모유수유의 우수성
터키 대학 연구: “수유 방식은 수면의 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2024년 11월, Nigerian Journal of Clinical Practice에 게재된 터키 연구진의 연구가 모유수유에 대한 기존 통념을 재검토하게 했습니다. 생후 2주에서 6개월 사이의 아기를 둔 202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한 이 대규모 연구는 우리가 믿어왔던 상식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연구진은 모유수유와 함께 자는 ‘모유수면’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객관적인 수면의 질과 모아애착을 정밀하게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수유 방식에 따른 수면의 질이나 애착 점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객관적 측정에서는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75%가 넘는 엄마들이 주관적으로는 모유수면이 도움된다고 느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모유수유가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서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수면의 질은 수유 방식보다 환경적, 문화적, 개인적 요인들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즉, “분유를 먹이면 더 잘 잔다”는 통념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죠.
독일 연구: 모유 속 수면호르몬의 과학적 근거/

그렇다면 모유수유가 수면에 특별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24년 독일에서 발표된 종합 연구는 모유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독일 연구진의 분석에서는, 아기의 송과선은 해부학적으로는 출생 시부터 존재하지만, 실제로 멜라토닌을 제대로 합성하고 분비하는 기능은 생후 3-4개월이 되어야 생긴다고 합니다. 이 발달 과정은 세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첫째, 송과선 세포의 발달과 성숙이 출생 후 첫 달 동안에 일어납니다. 둘째, 송과선을 제어하는 신경섬유의 발달도 이 시기에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이 Lhx4라는 유전 시스템의 통제를 받으면서 완성됩니다.
즉, 아기가 스스로 수면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멜라토닌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해답이 모유에 있습니다.
모유에는 분유에는 없는 멜라토닌이 들어있으며, 아기의 생체리듬에 맞춰 농도가 달라집니다. 낮에 짠 모유와 밤에 짠 모유는 멜라토닌 농도가 확연히 다르며, 밤에 짠 모유에 더 많은 멜라토닌이 들어있습니다.
이는 자연이 설계한 수면 지원 시스템입니다. 아기의 몸이 아직 멜라토닌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시기에, 엄마의 모유가 그 역할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신호 구분의 어려움
60년 연구가 밝힌 사실
모유수유가 과학적으로 우수하다면, 왜 많은 모유수유 엄마들이 수면 문제로 고생할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60년간 축적된 723개의 연구논문을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2024년의 아기 울음 머신러닝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아기의 울음 신호를 정확히 이해할 확률은 33.09%입니다. 이는 동전 던지기보다도 낮은 확률입니다.
특히 초보부모는 아기 울음 신호를 구분하고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어려웠으며, 반면 경험이 많은 부모들, 소아과의사, 간호사들은 아기 신호를 더 잘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신호 구분 기술이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만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부모들이 울음의 강도(얼마나 심하게 우는지)는 비교적 잘 구분할 수 있지만, 상황별 울음의 의미(배고픔 vs 졸림 vs 불편함)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워한다는 사실입니다.
왜 모유수유에서 신호 구분이 더 어려울까?
모유수유에서 이런 신호 구분이 특히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모유수유는 완벽한 올인원 솔루션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빨기의 다중 기능 때문입니다.
모유수유는 영양 공급, 진정 효과, 수면 유도라는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아기에게는 세마리 토끼를 잡는 편리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해결한 부분이 배고픔인지, 졸음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됩니다.
둘째, 즉시적 해결의 함정입니다.
아기가 울 때 젖을 물리면 대부분 바로 울음이 멈추기 때문에, 부모는 “배가 고픈게 맞았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빨기 자체의 강력한 진정효과 덕분일 수 있습니다.
셋째, 학습 기회의 부족입니다.
아기가 울 때마다 바로 젖을 물리면, 다른 신호들을 관찰하고 학습할 기회가 줄어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호 구분 능력이 향상되기보다는 의존 패턴만 강화되는 것입니다.
해결책: 규칙적 일과를 통한 신호 구분 기술 향상
일과가 신호 구분에 미치는 과학적 효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호 구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답은 규칙적인 일과에 있습니다.
아기의 뇌는 패턴과 예측 가능성을 통해 학습합니다. 신경과학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일관된 일과는 아기의 뇌에서 각각의 활동(수유, 놀이, 수면)을 독립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여기서 핵심은 부모도 아기의 패턴을 통해 신호를 더 정확히 해석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수유 후 2시간이 지났고 아기가 울기 시작한다면 배고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수유 후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운다면 다른 이유(졸림, 불편함, 트림 필요 등)일 가능성이 큽니다. 규칙적인 일과는 이런 맥락적 단서를 제공합니다.
단계별 신호 구분 기술 향상 방법
1단계: 관찰 시간 확보하기
아기가 울기 시작했을 때 바로 젖을 물리지 말고, 1-2분 정도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 짧은 시간 동안 다음을 확인해보세요.
- 마지막 수유 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 아기의 울음 패턴 (급하게 우는지, 점점 세지는지)
- 다른 신호들 (주먹을 빠는지, 하품을 하는지, 몸을 비트는지)
2단계: 수유욕구와 수면욕구 신호 학습하기
수유욕구 신호들
- 입술을 빨거나 혀를 내밀기
- 손을 입으로 가져가기
-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젖꼭지 찾기 (루팅 반사)
- 주먹을 꽉 쥐고 빨기
수면욕구 신호들
- 하품하기
- 눈을 비비거나 깜빡이기
- 시선을 피하거나 고개 돌리기
- 손발을 뻗으며 늘어지기
3단계: 맞춤형 일과 설계하기
모든 아기는 고유한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기만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일과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아기에게 맞는 최적의 수유-수면 일과를 일과계산기로 설계해보세요. 월령과 개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과로, 수유와 수면 신호를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4단계: 점진적 학습과 적용
신호 구분 기술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최소 1-2주의 꾸준한 관찰과 학습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 실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아, 이번에는 배고픈 게 아니라 졸린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쌓일수록, 다음에는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신호 구분 후의 자유로운 선택
젖물잠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호 구분 기술이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젖물잠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수유욕구와 수면욕구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의도적으로 젖물잠을 수면루틴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밤 시간에는 모유의 멜라토닌 효과를 활용해 젖물잠 허용
- 낮잠 시간에는 다른 방법으로 재우기
- 아기가 진짜 배고플 때와 위로가 필요할 때 구분해서 대응
이런 선택적 적용이 가능해집니다.
각 가정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선택
신호 구분 기술이 향상되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완전 분리를 원하는 가정: 수유와 수면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
부분적 활용을 원하는 가정: 특정 시간대에만 젖물잠 활용
지속적 활용을 원하는 가정: 젖물잠을 주요 수면루틴으로 유지하되, 다른 상황에도 대응 가능
핵심은 우리 가정에 맞는 선택을 의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학습과 성장의 과정
모유수유는 단순히 아기에 대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해야 할 소중한 과정입니다. 최신 과학 연구들이 밝혔듯이 모유는 자연이 설계한 완벽한 영양 공급 시스템입니다.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까지 공급하며, 아기의 건강한 발달을 맞춤으로 지원합니다.
터키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수유 방식 자체는 수면의 질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신호 구분 기술은 학습을 통해 향상됩니다. 60년 연구가 증명한 것처럼, 경험과 관찰을 통해 우리는 점점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모유수유 때문에 아기가 못 잔다는 죄책감을 가지지 마세요. 대신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아기의 개별적 신호를 이해하고, 우리 가정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아기와의 소통 능력을 기르고 부모로서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과학적 근거와 현실적 솔루션으로 무장한 지금, 자신 있게 모유수유를 이어가며 아기와의 관계를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 참고문헌
- Nigerian Journal of Clinical Practice (2024). “The Effect of Mother’s Breastsleeping Behavior on Attachment and Postpartum Sleep Quality” – 터키 Ağrı Ibrahim Çeçen University
- MDPI Children (2024). “Postnatal Development of the Circadian Rhythmicity of Human Pineal Melatonin Synthesis and Secretion” – 독일 체계적 문헌고찰
- PMC Developmental Studies (2023). “A Scientometric Review of Infant Cry and Caregiver Responsiveness: Literature Trends and Research Gaps over 60 Years” – 723개 논문 종합 분석
- PMC (2024) “Machine learning-based infant crying interpretation” – 아기 울음 신호 머신러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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