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조절의 발견 – 부모와 아기가 함께 만드는 리듬

지난 편에서 “공동조절”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살짝 언급했는데요. 오늘은 공동조절이라는 과학적 발견이 왜 의미있는지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연구팀들 아기의 일주기리듬 발달에 부모의 생활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 영향은 24시간 내내, 부모와 아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리듬을 만들어간다는 것이었죠.

이 연구의 흥미로운 부분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연구팀들이 서로 다른 연구 방법을 통해서 테스트를 했는데도, 모두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사실입니다.

UC Davis의 새로운 접근

진짜 일상을 연구하다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아기를 연구실로 데려와서 특정 상황에서 측정하거나, 부모들에게 기록을 작성하게 하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그러다보니 이런 실험실 연구에서는 진짜 일상은 놓칠 수밖에 없었죠.

UC Davis의 Chase Boyer 연구팀은 완전히 다른 방법을 썼어요. 멕시칸계 가족 73쌍, 92쌍에게 협조를 구해서, 실제 집에서 수집했습니다. 실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추적한 것이죠.

  • 집에서 진행: 연구실이 아닌 실제 생활 공간에서
  • 24시간 추적: 하루 종일 이어지는 상호작용 관찰
  • 개별 가족 내 변화 추적: 다른 가족과의 비교가 아니라, 한 가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 통합적 접근: 수면-스트레스-양육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코르티솔 리듬의 변화

우리의 코르티솔 리듬은 9개월이후로는 아침에 높았다가 저녁에 낮아지는(아침과 저녁의 차이는 3.7배) 형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엄마의 감정적 지지가 부족한 날에는 아기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이 하루 종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런 날에는 밤에 아기가 자주 깨는 모습이 발견되었어요. 그와 더불어 낮생활과 상관없이 아기가 잠을 잘 못 잤던 날에도 다음 날 아기의 코르티솔 리듬이 흐트러지는 악순환이 일어났어요.

요약하자면

  • 감정적 지지 부족 -> 아기의 코르티솔 리듬이 낮아지지 않음 -> 밤중깸 심화
  • 밤중깸이 많음 -> 다음날 낮의 아기의 코르티솔 리듬이 혼란스러움

그런데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케이스가 있었어요. 부모가 감정적으로 따뜻하게 지지하는 가정에서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졌습니다. 부모의 반응이 아기의 생리적 리듬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있었던 거죠. 단번에 인위적으로 생리적 발달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서서히 성장시킬 수는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UC Davis의 혁신적 접근 기존 연구 연구실 • 특정 상황만 측정 • 부모 기록에 의존 • 진짜 일상 놓침 UC Davis • 실제 집에서 진행 • 24시간 추적 • 가족 내 변화 관찰 핵심 발견 감정적 지지가 부족한 날: 아기 코르티솔 하루 종일 비슷한 수준 → 밤중깸 ↑ 따뜻하게 반응하는 날: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짐 → 실시간 리듬 조절

세계 각지의 공동조절 연구

최근 10년간 세계 각지의 다른 연구팀들도 각자 다른 연구방법으로 부모-자식 공동조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고, 그 결과가 부모와 아기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눈여겨 봐야합니다.

미국 워싱턴 대학 – 모자 동시 측정의 기적

Karen Thomas 연구팀(2014)은 “dyadic actigraphy”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썼어요. 엄마와 아기가 동시에 활동량 측정기를 차고 생활하면서, 같은 시간대에 둘 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기록한 거예요.

연구 설계

  • 43쌍의 건강한 모자 참여
  • 아기 생후 4주, 8주, 12주 시점에 각각 측정
  • 엄마와 아기가 동시에 며칠간 활동량 측정기 착용
  • 분 단위로 움직임 패턴을 기록해서 24시간 리듬을 분석

구체적인 측정 결과

  • 생후 4주: 아기가 엄마 리듬에 반응하기 시작 (초기 신호)
  • 생후 8주: 동조화가 더 뚜렷해짐
  • 생후 12주: 엄마와 아기 활동 리듬이 85% 일치
  • 영아의 활동이 가장 낮은 시점이 산모보다 평균 1.1시간 일찍 나타나는 것도 발견됨. (즉, 엄마보다 이른 기상 징후)
  • 흥미롭게도 엄마들의 리듬도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것일 발견되었습니다.

Thomas팀은 상호 일주기 리듬은 모자간 생리적 동조화의 초기 필수 구성요소라고 표현했습니다. 즉, 아기가 엄마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리듬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발견되었다는 거죠.

문화를 넘나드는 보편성

이런 부모-아기 상호작용의 중요성 연구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에 주목해봐야 합니다.

각 연구의 문화적 배경

  • UC Davis: 멕시칸계 미국 가족들
  • Thomas: 일반적인 미국 가족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연구했는데도 부모와 아기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 방향은 일치했어요. 구체적인 방법이나 패턴은 다르지만, 상호작용 자체의 중요성은 공통으로 나타났거든요.

“Between”에서 “Within”으로

최근의 가족 연구에서 나타나는 연구 방법 경향이 있어요.

기존 방식 (Between-family 비교)

A가족: 밤에 3번 깬다
B가족: 밤에 1번 깬다
→ "A가족이 문제가 있나?"

새로운 방식 (Within-family 변화 추적)

우리 가족: 
월요일: 밤에 3번 깸 → 화요일 아기 스트레스↑
화요일: 엄마가 더 따뜻하게 반응 → 수요일 아기 수면↑
→ "어떤 상호작용이 변화를 만드나?"

이렇게 같은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추적하니까, 진짜 원인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실시간 측정 기술의 발전

이런 발견이 가능했던 건 측정 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도구들

  • Actigraphy: 실시간 활동량 측정
  • EMA (Ecological Momentary Assessment): 순간순간 감정과 상태 기록
  • Eye tracking: 정밀한 인지 반응 측정
  • 타액 코르티솔: 스트레스 호르몬의 실시간 변화

이런 도구들로 24시간 내내 부모와 아기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처음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된 거예요.

패러다임의 전환일까?

과거의 관점

  • “아기는 언제쯤 수면 리듬을 가질까?”
  • “몇 개월이 되면 밤새 잘까?”
  •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 VS 교육시켜야 할 문제에 대한 첨예한 대립

새로운 관점

  • “부모와 아기가 어떻게 함께 리듬을 만들까?”
  • “어떤 상호작용이 더 도움이 될까?”
  •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론의 적용

수면교육을 고민하는 여러분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1. 여러분은 이미 수면교육을 하고 있어요

매일 하는 일상적인 반응들 – 아기 울음에 달려가기, 따뜻하게 안아주기,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 이 모든 게 아기 뇌에 리듬을 새기는 중요한 과정이에요.

2. 작은 변화도 큰 효과가 있어요

UC Davis 연구에서 보듯이, 엄마가 조금 더 따뜻하게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아기의 스트레스-수면 악순환을 끊을 수 있어요.

3.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Asaka 연구에서 보듯이, 가족 중 한 명만 안정된 패턴을 유지해도 전체 가족 리듬이 안정돼요.

4. 문화를 넘나드는 보편성

어떤 문화권에서 자라든, 이 공동조절의 기본 원리는 똑같이 작동해요.

여러분이 매일 하고 있는 그 모든 노력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아기와 함께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한 공동조절의 과정이니까요.


참고문헌

생후 첫 2년 동안의 각성 및 부모-자녀 상호작용의 일주기 리듬: 24시간 공동 조절 과정 Boyer, Chase James(2025)

어머니-유아의 일주기 리듬: 개별 패턴과 쌍동성 동기화의 발달Karen A Thomas 외(2014)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