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두세 번씩 깨서 먹고 자는 우리 아기. 주변에서는 아직도 밤중수유 하냐고 묻고, 인터넷에는 “밤중수유 끊어야 통잠 잔다”는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혹시 내가 밤마다 수유하는 게 아기 수면에 문제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요?
노르웨이에서 342명의 아기를 추적한 연구는 우리의 걱정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024년 발표된 이 연구는 6개월부터 12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하는 아기들의 밤중수유 패턴과 수면을 자세히 살폈어요. 연구진이 발견한 사실을 살펴볼게요.
더 자주 깨지만 더 길게 잤다
연구결과 밤중수유를 더 자주 하는 아기들이 밤에 더 자주 깼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결과죠. 그런데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에요. 밤중수유 횟수가 1회 늘어날 때마다 밤중깸도 17% 증가했지만, 동시에 밤잠에서 완전히 깨버릴 확률은 9% 감소했어요. 즉, 자주 깨기는 하지만 빠르게 다시 잠들어서 아침까지 더 오래 잔 거죠.
결과적으로 밤중수유를 자주 하는 아기들이 아침까지 더 오래 잤습니다. 더 자주 깨지만 더 오래 잔다는,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상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밤중깸에도 종류가 있다
이 역설을 이해하려면 먼저 밤중깸의 의미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밤중에 아기가 잠깐 눈을 뜨는 것과 완전히 깨서 달래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이거든요. 연구진은 밤중깸의 차이를 “각성의 스펙트럼”이라고 불렀습니다.
밤중수유를 하는 아기들의 깸은 매우 짧았습니다. 이건 완전히 깨서 우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깸이에요. 살짝 뒤척이다가 젖을 물면 바로 다시 잠드는, 그런 짧은 각성이었던 거죠.
반면 밤중수유를 덜 하는 아기들은 한 번 깨면 더 오래 깨어있었습니다. 완전히 깨서 달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완전 각성이었어요. 그렇다보니 깬 횟수는 적었지만, 깨어있는 총 시간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길 수 있었던 것이죠.
멜라토닌, 트립토판, 반응속도
그렇다면 왜 밤중수유를 하는 아기들은 이렇게 빨리 다시 잠들 수 있었을까요? 연구진은 세 가지 가능한 메커니즘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밤 모유의 특별한 성분이에요. 밤에 분비되는 모유에는 멜라토닌이 풍부합니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의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이죠. 밤중수유를 자주 할수록 아기는 이 멜라토닌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되고, 그게 빠른 재입면을 도왔을 수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의 역할입니다. 밤 모유에는 트립토판도 많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아기 몸 안에서 멜라토닌 합성을 촉진해요. 결국 밤중수유가 아기 스스로 수면 호르몬을 만드는 것을 도와준 셈이죠.
세 번째는 부모의 반응 방식이었습니다. 밤중수유로 달래는 부모들은 아기의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었어요. 아기가 완전히 깨기 전에 살짝 뒤척이기만 해도 바로 수유를 하기 때문에 각성 수준이 높아지기 전에 다시 잠들 수 있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어요.
관점 전환만으로 줄어드는 밤중깸
연구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발견이 더 있었습니다.
먼저 부모의 인식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쳤어요. 같은 수면 패턴을 보이는 아기라도, 부모가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보고하는 밤중깸 횟수가 34%나 차이 났습니다. 아기의 작은 움직임을 해석하는데 부모의 인식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죠.
월령별 차이도 눈에 띄었습니다. 9-12개월 아기들이 6-8개월 아기들보다 밤중수유 횟수는 3회로 비슷한데 밤중깸은 더 많이 보고됐어요. 이 시기는 분리불안이 시작되고 낯가림이 심해지는 때라서, 발달적으로 각성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밤중수유를 하는 경우에는, 빠르게 재입면하면서 총 수면 시간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죠.
동침 여부에 의한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같은 방에서 자거나 같은 침대에서 자는 아기들은 밤중깸이 28% 더 많이 기록됐어요. 하지만 총 수면 시간은 분리수면하는 아기들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가까이 있으니 부모가 아기의 작은 움직임도 더 잘 알아채서 기록이 많아진 것 같아요. 실제로는 큰 문제 없이 바로바로 다시 재웠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죠.
문제라고 생각할 때 더 자주 깬다
6-12개월 아기의 96.8%의 아기가 밤에 깼고, 93.5%가 밤중수유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깨고 수유를 했습니다.
밤중수유는 설핏 깬 아기가 완전히 깨지 않고 다시 잠들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수유를 하지 않는 아기보다 오히려 총 수면 시간이 늘어난 결과에서 알 수 있어요.
밤중깸 횟수에 영향을 미쳤던 건 밤중수유 유무보다 부모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아기가 자주 깨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가정은 34%나 더 자주 깼습니다. 부모가 수면을 문제로 인식할 때 밤중깸이 34% 더 많이 보고됐습니다. 밤중수유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면 아기도 덜 깼습니다.
물론 이 연구가 진행된 노르웨이는 60%이상이 공동수면을 하며, 모유수유를 장려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부모가 밤중깸과 밤중수유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밤중수유를 줄이는 것과 통잠의 연관성보다 부모의 인식과 밤중깸이 더 큰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아기는 자라고 있어요. 먹고 자고 깨는 것이 당연합니다. 부모가 아기의 밤중깸과 밤중수유를 당연하게 생각할 때, 아기는 덜 깬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참고문헌
Madar, A. A., et al. (2024). Breastfeeding patterns and associated factors among infants aged 6-12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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