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로 갈아타면 통잠 잘까요? -과학이 밝혀낸 반전 (5가지 연구)

“모유수유라서 밤에 자주 깨는 건가요? 분유로 바꾸면 나아질까요?”

“낮에 수유 간격을 늘리면 뱃고래가 커져서 밤에 안 깰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자주 먹으려고 해요.”

“낮에는 30분씩 먹이려고 해도 잘 안 먹다가, 밤에는 수유 안 하면 절대 안 자요.”

많은 부모들이 이런 상황에 혼란스러워합니다. 낮 동안 수유 간격을 넓히면 한 번에 많이 먹게 되고, 그러면 밤에 덜 깰 거라는 기대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낮에는 도통 잘 먹지 않으면서 밤에만 허기진 듯 젖을 찾는 아기. 이쯤되면 모유가 부족한가 싶어 분유로 갈아탈까 수유방식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과학은 어떤 대답을 내려줄까요? 5가지 연구를 통해서 그 해답을 찾아보았습니다.

1. 총량의 법칙: 24시간은 연결되어 있다

아기가 하루 동안 필요로 하는 총 수유량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의 Kent 연구팀은 2006년 모유수유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루 6회를 먹든 18회를 먹든, 24시간 동안 아기가 섭취하는 총량은 놀랍도록 비슷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아기의 몸이 24시간 주기로 필요한 영양을 스스로 조절한다는 의미입니다.낮에 충분히 먹지 못하면, 아기는 본능적으로 밤에 그 부족분을 보충하려 합니다.

수유 총량의 법칙 (하루 24시간) 낮 섭취량이 늘어나면 밤중수유는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낮 섭취량 UP ▲ 밤중수유 DOWN ▼ 시소처럼 균형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조절됩니다

마치 저울의 양쪽 접시와 같습니다. 낮의 섭취량이 가벼워지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밤의 섭취량이 무거워지는 것이죠. 낮에는 잘 안 먹고 수유 텀도 긴데 밤에만 꼭 먹어야 자는 아기라면, 잠연관(수면 습관)을 탓하기 전에 ’24시간 총량’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2. 낮 칼로리가 밤중’수유’를 결정한다 (밤중’깸’이 아니고)

영국 스완지 대학의 Brown과 Harries는 2015년 715명의 6-12개월 아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연구 링크)에서 밝혀진 사실이 몇가지 있습니다.

예상대로 낮 동안 우유나 이유식을 더 많이 먹은 아기들은 밤중수유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낮에 많이 먹인다고 해서 아기가 밤에 ‘전혀 깨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낮에 충분히 먹으면 배가 고파서 ‘반드시 먹어야만 잠드는 상황’은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즉, 낮에 배를 채워두면 밤에 깼을 때 수유 없이 토닥임이나 쪽쪽이만으로도 다시 잠들 수 있지만, 낮 섭취가 부족하면 진짜 배고픔 때문에 수유 없이는 잠들 수 없게 됩니다. 밤중깸이 밤중수유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낮 칼로리 총량’을 충분히 채워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많은 부모님이 “수유 간격을 늘려서 뱃고래를 키운다”는 전략을 씁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자칫 ‘낮 총 섭취량 감소’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4시간 간격으로 6회 먹는 것보다, 3시간 간격으로 7회 먹는 것이 총량 확보에는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변 호기심이 왕성해지는 4-6개월이상 아기들은 한 번에 진득하게 많이 먹기가 어렵습니다. 이때부터는 충분히 먹이기 위해서 전략이 필요합니다.

3. 현실적 기대: 밤에 깨는 것은 ‘정상’입니다

Brown과 Harries의 연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통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6-12개월 아기의 밤 수면 실태 발달상 정상적인 밤중깸 패턴 78.6% 밤에 깸 밤에 최소 1회 이상 깸 발달상 지극히 정상 밤새 깨지 않고 잠 (21.4%) 10명 중 약 8명의 아기가 밤에 깬다는 것은 우리 아기만의 문제가 아닌 정상적인 발달 과정입니다 출처: Brown & Harries (2015)

낮에 충분히 칼로리를 채웠다고해서 밤중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밤중수유 횟수와 밤중깸 횟수는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6-12개월 시기에 78.6%의 아기가 밤에 최소 1회 이상 깼습니다. 이 시기의 밤중깸은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인 것이죠. 4개월부터 12시간 통잠을 원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부모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고 암시하는 우리나라의 육아 트렌드와 많이 다른 결과죠?

4. 모유 vs 분유 논쟁: 바꾸면 통잠 잘까?

“분유로 바꾸면 안 깨고 통잠 잘까?” 두 아이를 24개월까지 완전 모유수유했던 저도 경험한 그 고민입니다. 모유수유를 하는 모든 부모는 반드시 해봤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봤어요. 과연 수유 방식을 바꾸면 기적처럼 통잠이 따라올까요?

모유와 분유에 대한 연구 중에서 예상했던 내용과 완전히 다른 반전이 있는 내용을 함께 소개할게요. 아주 흥미로우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모유 vs 분유: 수면 지속 시간 추이 (Fu et al. 2021) 야간 수면 총 시간 (Duration) 통잠(김) 짧음 0개월 6개월 12개월 6개월 이후의 현실 “횟수는 비슷해지나(Brown) 시간은 짧을 수 있음(Fu)” 분유수유 모유수유 “모유수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습관(수면 연관)이 지속 시간을 결정합니다” ⓒ My Little Dreamer

“분유가 더 잘 잔다”는 연구들

아시아-태평양 14개국 10,321명을 대상으로 한 2012년 연구(Ramamurthy et al.)는 예상대로 모유수유 아기가 밤에 더 자주 깬다고 보고했습니다. 모유수유 아기들은 분유수유 아기들보다 밤에 깨는 횟수가 훨씬 많았고(유의미한 증가), 한 번에 쭉 자는 ‘연속 수면 시간’도 짧았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깊이 파고들자 중요한 이슈가 드러났습니다.

연구진은 모유수유 아기들을 젖을 물려 재우는 경우 vs 그렇지 않은 경우로 그룹을 나누어 수면 데이터를 비교했습니다.

  • A그룹 (밤중에 젖을 물려 다시 재우는 아기): 밤에 평균 2.41회 깼으며, 가장 긴 연속 수면은 5.58시간에 불과했습니다.
  • B그룹 (밤중수유를 하지 않고 재우는 아기): 밤에 평균 1.67회만 깼으며, 가장 긴 연속 수면은 6.88시간으로 훨씬 길었습니다.

즉, 같은 모유를 먹더라도 재우는 방식에 따라 밤에 깨는 횟수가 1.5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통잠 시간도 1시간 이상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진이 통계 기법(분산 분석)을 통해 ‘재우는 방식(수면 연관)’이라는 변수를 통제하자, 모유수유 아기와 분유수유 아기 사이의 밤중깸 횟수 차이가 통계적으로 사라졌습니다. 즉, 밤중깸 문제는 모유 or 분유라는 ‘영양’ 자체가 아니라, 젖을 물려 재우는 ‘방식(수면 연관)’만 바꿔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모유수유, 다른 수면: “어떻게 재우는가?” Ramamurthy et al. (2012) 10,321명 영아 대상 연구 🌙 밤중 깸 횟수 (낮을수록 좋음) 2.41회 젖 물려 재움 1.67회 안 물리고 재움 약 1.5배 감소 ⏳ 최장 연속 수면 시간 (길수록 좋음) 5.58h 젖 물려 재움 6.88h 안 물리고 재움 +1시간 18분 증가 ⓒ My Little Dreamer

물론 생리학적인 차이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21년 발표된 총 6,225명의 영아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22개 연구 종합 메타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전에는 분유수유 아기의 밤중깸이 더 적다는 연구가 50%를 차지했습니다. 모유는 소화가 빠르고 분유는 소화가 느려, 분유를 먹은 아기가 포만감을 더 오래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자는가를 비교했을 때의 총 수면량에서는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좋아지기를 바라는 기대와 달리, 6개월이 지난 후에는 분석된 연구의 65% 이상이 “모유수유 아기의 밤잠과 하루 총 수면 시간이 분유수유 아기보다 짧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이유식 도입시기와 수면 지속시간 사이에서는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모유수유 아기가 6개월 이후 잠이 부족해지는 경향이 있더라도, 그 해결책이 단순한 ‘칼로리 보충’이나 ‘이유식 조기 도입’은 아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차이가 없거나, 모유가 더 낫다”는 연구들

앞서 언급한 Brown과 Harries의 2015년 연구(6-12개월 대상)에서는 수유 방식(모유 vs 분유)에 따른 밤중깸 횟수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무엇을 먹이느냐’보다 ‘낮에 얼마나 먹였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싱가포르의 2021년 연구(Nur K Abdul Jafar al.)는 새로운 관점도 보여줍니다. 654명을 3개월부터 54개월까지 추적한 결과, 완전모유 아기가 밤잠 및 총 수면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밤중깸은 더 많았지만 엄마 곁에서 금방 안정을 찾고 다시 잠들었고 결과적으로는 더 긴 시간 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엄마 잠에는 오히려 모유수유가 낫다?

모유수유 엄마가 잠을 더 많이 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Ramamurthy 논문에서 인용한 연구(Doan et al.)에 따르면, 생후 3개월 모유수유 엄마들이 분유수유 엄마들보다 하룻밤에 40~45분을 더 잤습니다.

분유를 타러 일어나고, 젖병을 씻는 번거로움 없이 아기 옆에서 바로 젖을 물리고 다시 잠들 수 있었기 때문이죠. 밤중수유가 힘들어서 분유로 갈아타려 했다면, 이 ‘엄마 수면 40분의 차이’를 되새겨보세요.

부모의 느낌 vs 실제 데이터

대부분의 수면 연구는 부모의 보고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보고는 기대와 믿음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 Durham 대학의 Rudzik 연구팀은 액티그래피(수면 측정기기)를 사용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측정하고, 주간적인 보고와 객관적인 데이터의 오차를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분유수유 부모들은 아기의 수면을 실제보다 더 잘 자는 것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엄마의 느낌 vs 액티그래피 실제 측정 (생후 10주) Rudzik et al., 2018 – Durham 대학 모유수유 아기 분유수유 아기 0h 2h 4h 6h 8h 10h 엄마 느낌: 9.15시간 실제 측정: 8.62시간 +32분 과대평가 엄마 느낌: 10.05시간 실제 측정: 8.88시간 +70분 과대평가 😮 실제 차이는 15분인데, 엄마들은 54분 차이난다고 느꼈어요 분유 엄마들이 과대평가를 더 많이 했어요 (70분 vs 32분) ⓒ My Little Dreamer

분유를 먹으면 푹 잘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부모의 인식에 긍정적인 필터를 씌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부모가 느끼는 것만큼 수면의 질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말이죠.

연구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 0-6개월: 분유수유 아기가 덜 깹니다. 모유수유 아기가 더 길게 잡니다. 모유수유 엄마들이 더 길게 잡니다.
  • 6개월이후: 분유 vs 모유 모두 비슷하게 깹니다. 모유수유 아기들이 총 수면시간은 분유수유 아기보다 짧습니다. 수유 방식 차이보다 낮-밤 섭취 균형잠연관이 수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6개월 이후의 데이터는 두 갈래 길을 보여줍니다. 모유수유를 하며 밤중 수유 습관을 방치하면 잠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Fu). 하지만 엄마가 곁에서 빨리 반응하고 안정을 주면, 비록 자주 깨더라도 아이는 충분한 잠을 잡니다(Wang). 우리는 아기가 깼을 때 얼마나 빨리 편안하게 다시 잠드는지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5. 실용적 해결책

1. 간격보다 ‘횟수’를 늘리세요

“뱃고래 늘리기”에 집착해 억지로 4시간을 버티지 마세요. 4시간마다 적게 먹는 것보다, 3시간~3시간 반마다 먹여서 낮 수유 횟수를 1회라도 늘리는 것이 총량 확보에 유리합니다. 낮에 배를 꽉 채워야 밤에 덜 먹습니다.

2. ‘울기 전에’ 권해보세요 (골든 타임)

아기가 배고파서 자지러지게 울 때 수유하면, 흥분 상태라 허기만 채우고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에서 깬 직후 비몽사몽할 때나, 놀이에 집중하기 전 가장 차분한 상태일 때, 넌지시 수유를 권해보세요. 평소보다 훨씬 편안하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습니다.

3. 수유목걸이 등으로 수유 신호 주기

매 수유 때마다 같은 목걸이를 착용하고 동일한 말로 수유 시작을 알려주세요. 이런 일관된 신호는 아기가 수유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낮에 산만한 아기에게는 명확한 신호가 더욱 필요해요.

4. 수유 환경을 점검하세요

특히 4-6개월 아기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합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젖을 뺍니다. 낮 수유만큼은 ‘지루할 정도로’ 조용하고 어두운 방에서 진행해 아기가 먹는 것에만 집중하게 도와주세요.

5. 수유가 잠연관이 되지 않게 ‘순서’를 살짝 바꿔보세요

젖을 물고 잠드는 것은 아기에게 가장 강력한 잠연관입니다. 연구 결과들이 보여주듯, 밤에 자주 깨는 것은 배고픔보다 ‘입면 습관’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잠들기 직전에 수유하기보다, 수면 의식의 맨 앞부분으로 수유를 당겨보세요.
[수유 → 트림/양치 → 마사지 → 눕히기] 순서로 수유와 수면 사이에 작은 ‘활동’을 끼워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기가 몽롱하더라도 완전히 잠들기 전에 입에서 젖을 떼고 눕히는 것, 이것이 통잠을 위한 가장 중요한 마지막 퍼즐입니다.

마치며

이번 조사를 하면서 생각보다 분유 vs 모유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이 깊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번 칼럼으로 낮 수유간격은 쭉쭉 늘어나서 뱃고래는 충분히 큰데도, 밤수유가 사라지지 않는 아기의 밤수유 패턴의 비밀이 조금은 밝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아기의 수면 때문에 단유를 고민하던 분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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