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침시간 변동성이 만드는 진짜 차이
취침 거부에 대한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으니, 시리즈를 간략하게 정리해볼게요.
1편에서는 61.3%의 유아가 취침 저항을 경험한다는 것 = 우리 집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죠.
2편을 통해, 아이마다 생체시계가 3.5시간이나 차이난다는 것, 각각의 아이의 DLMO 시간을 고려해서 취침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3편에서는 스크린이 멜라토닌을 억제한다는 사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보다 취침 전 스크린 안 보기는 쉽게 할 수 있으니 환경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어요.
이제 취침거부를 완화해줄 요소를 하나 더 알아볼게요. 바로 일관성입니다. 이 일관성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재워야 한다는 압박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예요. 완벽하게 똑같은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뜻도 아니고요. 느슨하지만 얼추 비슷한 규칙적인 일상이 만들어내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동일한 밤중깸 횟수, 부모 개입 61%
Gradisar 연구팀이 2025년에 4개월부터 24개월까지 영아 8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요. 2주 동안 매일 밤 Auto-videosomnography라는 객관적 측정 장치로 아기들의 수면을 기록했어요. 동시에 부모들에게 수면 설문도 받았습니다. 예상대로의 결과로 나온 부분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수치가 나온 부분도 있었습니다.
발견 1: 총 수면시간 단축
취침시간이 불규칙할수록 총 수면시간이 줄어들었어요.
- 객관적 측정: β=-0.73 (p<0.001)
- 부모 보고: β=-0.30 (p=0.01)
이건 예상대로였습니다. 취침시간이 불규칙한 아이의 수면량이 적었습니다.
발견 2: 재우기 난이도 증가
취침시간 변동성이 클수록 아이를 재우는 것 자체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β=0.28, p=0.004). 이것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예요. 일관성 없으면 재우기 힘들다는 거니까요.
발견 3: 밤중깸은 같은데 부모 개입은 61% 증가
그런데 이건 좀 이상했어요. 밤중에 깨는 횟수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규칙적으로 재우든 불규칙하게 재우든, 아이들은 비슷한 횟수로 깼어요. 규칙적인 일과를 보내면 밤중깸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서 벗어나는 거죠.
이 항목에서의 두 그룹의 차이는 부모 개입 횟수 증가에 있었어요. 불규칙한 가정에서는 부모개입이 61%나 증가했어요(β=0.61, p<0.001).
그렇다면 밤중깸 횟수가 같은데도, 61%가 더 자주 개입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할 거예요.
발견 4: “전반적 수면의 질”은 차이 없음
또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아기 수면의 질이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규칙적 취침 가정과 불규칙한 취침 가정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총 수면시간은 줄어들고, 재우기는 더 어렵고, 부모는 61%나 더 많이 개입하는데… 수면의 질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온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예상과 다른 부분에 주목해서 원인을 추측해보아야겠죠?
수면은 각 가정만의 유일한 경험
문제는 측정 방식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전반적 수면의 질”은 주관적 설문 1개 항목이었습니다. 부모가 답하는 거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우리 아이의 수면만 경험합니다. 다른 집 아기들이 어떻게 자는지는 모르거든요.
A 가정: 밤에 3번 깸 → “우리 아기는 잘 자는 편이야” (비교 대상이 없음)
B 가정: 밤에 1번만 깸 → “우리 아기는 못 자는 편이야” (더 나은 경험을 모름)
객관적으로는 A가 더 자주 깨지만, 주관적으로는 B가 더 힘들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B가 설문에서 수면의 질이 나쁘다고 답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각 가정의 비교 기준이 다르니까, 설문만으로는 실제 차이를 포착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건 뭘까요? 밤에 몇 번 깨느냐가 아니라, 부모가 얼마나 불편함을 느끼느냐일 수 있어요. 그리고 그 불편함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깬 횟수만이 아니라, 다른 사항도 확인해야 합니다.
부모 개입 61% 증가의 이유
밤중깸 횟수는 같은데 부모 개입은 61%나 늘어났다면,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차이는 여기서 나올 수 있어요.
- 일관성 → 예측가능성 → 부모 안정
- 불규칙 → 예측 불가능 → 부모 불안 → 과도한 개입
밤중깸 횟수보다 불규칙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모의 불안이 문제로 작용하는 거죠.
자기진정 능력 습득과 기회
수면에서의 자기진정은 어느 정도는 학습이 필요합니다. 성장과 함께 반복된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능력이지만, 습득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기회가 필요해요. 그리고 아기에게 안정적으로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서는 부모 정서가 불안하지 않아야합니다.
자기 진정 연구에서는 수면교육 없이도 자연스럽게 잘 자게 된 아기들의 부모들도 처음에는 자주 개입했다고 해요.
- 3개월 경: 평균 1.58번 체크 (아기가 잠들어도 중간에 확인함)
- 12개월 경: 1.22번 (자연스럽게 줄어듦, 아기가 깬 후 2-4분 기다렸다가 개입함)
인위적으로 수면교육을 하지 않았음에도 개입횟수와 기다림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변화하였습니다.
자 이제 일과가 불규칙한 집을 상상해봅시다. 불규칙한 일과에서는 부모의 불안이 늘어납니다.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작은 깸에도 즉시 개입합니다. 0-30초 만에요. 결과적으로 아기는 기회를 적게 얻게 되어요. 시도가 줄어드니 능력을 배우는 것도 더뎌집니다. 더디게 배워가니, 부모 도움이 더 필요해집니다.
61% 숫자의 내막입니다. 처음에는 부모의 약간의 과잉개입이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정말로 부모 도움 없이는 자기 힘들고, 61%나 더 많은 개입이 필요해지는 겁니다.
60년짜리 마라톤
일관성의 1차 수혜자는 부모입니다. 오늘 밤은 어떻게 될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대충 예상이 가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불안이 줄어들고, 여유가 생깁니다. 과도하게 개입할 필요가 없으니 연속으로 잘 수 있어요.
부모가 안정되면 → 아이도 안정됩니다.
육아는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60년짜리 마라톤이에요. 완벽을 추구하면 느슨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느슨한 일관성이 있어야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어요. ±30분 범위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서, 매일 정확히 8시에 재워야 한다? (X), 매일 7시 30분~8시 30분 사이에 재운다 (O) 이 정도면 충분해요.
천천히 불규칙을 규칙으로 바꾸는 거예요.
하지만 유념해야 할 부분은 주중과 주말의 차이가 2시간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달라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우리 신체는 요일을 몰라요. 주중과 주말의 취침시간 차이를 마치 국가 간 시차처럼 느껴요. 이걸 사회적 시차(Social Jetlag)라고 불러요.
평일엔 밤 8시에 취침하고, 주말엔 밤 10시에 취침하면 신체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피로를 경험하게 되어요. 주중과 주말 취침시간 차이가 2시간을 넘으면 생체시계가 혼란스러워해요. 매주 시차 적응을 반복하는 셈이 되는 것이죠. 아이도 힘들지만, 부모도 피곤을 더하게 되어요. 그러니 주중과 주말의 시차는 2시간 이내로.
특별한 날에 일시적으로 큰 차이를 주는 건 괜찮아요. 여행 다녀왔다고 생각하는 거죠! 일주일에 5-6일 규칙적인 취침시간을 유지한다고 생각하며 오랜 호흡으로 지켜가요.
글을 나가며
연구에서는 수면시간이 불규칙한 가정은 상대적으로 총 수면량이 적었고, 재우기는 더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수면의 질 부분에서는 양쪽이 큰 차이가 없었어요. 즉 규칙적인 일과를 유지한다해서 아이의 수면의 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고 밤중깸이 압도적으로 줄어든다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일관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어요. 일관성의 진짜 힘은 아이의 수면 시간을 15분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부모에게 예측가능성을 주는 데 있기 때문이예요.
불규칙한 일과의 부모가 같은 밤중깸에도 61% 더 많이 개입했던 것을 생각하면, 규칙적인 일과는 부모의 안정을 돕고 자연스러운 기다림을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 기다림이 아이에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육아 마라톤에는 지속가능한 전략이 필요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30분 범위, 주중-주말 2시간 이내, 느슨하고 유연하게 우리 집의 규칙적인 일관성을 만들어가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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