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수유텀이 안됐어! : 교과서의 함정

자정. 생후 2개월 아기가 칭얼거리며 깹니다. 엄마는 시계를 봤어요. 마지막 수유가 10시 30분. 이제 1시간 30분밖에 안 지났네요.

“아직 수유텀이 안됐어, 버텨야 해…”

수유텀이 아니니 아빠가 달래기로 합니다. 쪽쪽이를 물립니다. 아기는 잠깐 잠드는 것 같다가 곧 다시 꿈틀거립니다. 12시 30분, 몸을 뒤척이며 더 심하게 칭얼대요. 1시, 까무룩 잠드는 듯하다가 다시 찡찡댑니다. 1시 30분, 40분, 50분. 아빠는 아기 곁에서 쪽쪽이 셔틀을 하느라 자다 깨다 합니다.

2시. 결국 엄마가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립니다. 아기는 정신없이 먹더니 잠들어 3시간 후에 깹니다.

아기를 키우는 집이라면 자주 겪게 되는 상황이죠.

교과서 1 : 수유텀은 반드시 지킨다

아기는 3시간 간격으로 먹여야 한다.

육아서에서도, 의사 선생님도, 선배 엄마들도 이렇게 말합니다. 수유텀을 지켜야 뱃고래가 커지고, 그래야 통잠을 잘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교과서를 따릅니다. 낮에는 3-4시간 간격, 밤에는 낮수유텀의 2배 시간은 띄우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아기가 12시에 깨면 아직 수유텀인 3시간이 안 됐다고 생각하며 쪽쪽이로 버팁니다.

아기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부모는 달래는데만 열중하고, 결국 모두가 힘든 2시간을 보낸 후 정해진 수유텀에 맞춰 2시가 되어서야, 그때 젖을 물리고 배부르게 먹은 아기는 바로 잠들어요.

아직 수유텀이 되지 않았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아기도 부모도 2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엄마아빠는 12시는 수유텀이 안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은 맞아요. 아기는 배가 고파서 깬 것은 아니예요. 아기가 수유후 2시간도 채 되지 않은 12시에 깬 것은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수면 주기 때문에 깬 것이니까요.

아마 아기가 낮동안 수유량이 충분했다면, 쪽쪽이 위안만으로도 잠들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낮 동안 수유량이 부족한 아기는 배고픔 때문에 깨지 않더라도, 깬 후에는 배고픔을 느끼게 됩니다. 배고픔 때문에 깨지 않았더라도 다시 잠들기 위해서는 허기를 채워야 하는 것이죠. 이때 마냥 수유텀이 아니라고 수유를 하지 않으면, 아기의 배고픔 신호를 무시하는 결과가 됩니다.

24시간 수유 균형의 법칙

Kent 등의 2006년 연구에서 아기들이 24시간 동안 필요한 총량을 자기 방식으로 조절한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낮동안 한 번에 80-100ml밖에 안 먹는 아기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기들은 배고픔 신호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밤에 부족한 영양을 채우게 됩니다. 낮 수유로 80-100ml씩 하루 5-6회 먹으면 대략 500ml 정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밤에 2-3시간마다 깨서 보충하게 되는 거죠.

24시간 수유 균형의 법칙 총량은 같지만 낮/밤 분배가 다릅니다 실제: 낮에 부족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낮 500ml 밤 500ml 총 1000ml 이상적: 낮에 충분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100ml 낮 800ml 밤 200ml 총 1000ml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낮에 제대로 못 먹은 양을 밤중에 채우려고 하는 건 아기 몸이 24시간 균형을 맞추려는 반응입니다. Brown & Harries의 2015년 연구에서 낮 칼로리 섭취가 부족한 아기들은 수유방식(모유/분유)과 무관하게 밤에 더 자주 깨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수유텀의 원래 의도 vs 왜곡된 적용

수유텀이라는 개념은 원래 대략적 패턴을 의미했습니다. 아기가 평균적으로 3시간 정도 간격으로 먹는다는 관찰에서 나온 결과였어요.

그런데 어느새 3시간이 안 됐으면 배고픔이 아니라는 규칙으로 바뀌었습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법칙이 된 거죠.

아기마다, 시간대마다, 그날 컨디션마다 필요한 간격은 다릅니다. 하지만 3시간 텀이라는 규칙에만 사로잡히면 아기의 실제 신호를 무시하게 됩니다.

교과서 2 : 신생아는 11-12시간 밤잠을 잔다

두 번째 교과서를 볼까요? 신생아는 밤에 11-12시간을 잔다고 써있어요.

아기 수면에 관심이 많은 모범생 부모들은 밤잠을 19:00-6:30으로 배정합니다. 11.5시간. 교과서대로죠. 그런데 아기는 5시 30분부터 뒤척이기 시작해요.

아직 기상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무한 토닥토닥과 궁디팡팡으로 다시 재웁니다. 어떻게든 6시 30분까지 버티려고 노력합니다.

과잉 밤잠 배정의 결과

일주기리듬은 평균적으로 6-9개월에 안정화된다고 하지만, 아기마다 개인차가 매우 크며, 3-4개월에 빠르게 안정화되는 아기도 있습니다. 일주기리듬이 빨리 안정되면, 필요 밤잠도 빨리 줄어듭니다. 신생아의 밤잠이 일반적으로 11-12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일주기 리듬이 빨리 안정화된 아기라면, 과잉 배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과잉 배정 vs 적정 수면 패턴 비교 새벽 뒤척임으로 보는 과잉 배정 신호 11시간 30분 배정 – 과잉 배정 19:00 6:30 21:00 0:00 3:00 5:30 뒤척임 1시간 10시간 30분 배정 – 권장 19:30 6:00 21:00 0:00 3:00 5:30 뒤척임 30분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19:00부터 6:30까지 11시간 30분 밤잠을 배정했는데 아기가 5시 30분부터 뒤척인다면, 1시간 과잉 배정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두 교과서가 만나는 지점

이제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수유텀 3-4시간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첫 번째 규칙 때문에 수유 횟수와 총량이 부족해집니다. 밤에도 수유텀 때문에 2시간을 버티게 하고, 11시간 30분 채우려고 뒤척이는 아기를 1시간 동안 재우려고 합니다.

두 가지 규칙은 아기의 실제 신호를 무시합니다.

교과서가 아니라 우리 아기를

그럼 해야 할 일을 정리해봅시다.

먼저 12시 깸에서 수유하지 않고 힘들게 2시간을 버티지 마세요. 12시에 배고파하면 12시에 줘도 됩니다. 지금은 수유텀이나 나쁜 습관에 대한 우려보다 아기의 영양이 더 중요해요. 그리고 수유후 얼마나 자는지 지켜보세요. 12시에 수유로 잠들었는데도 여전히 30분-1시간 간격으로 깬다면, 그때 잠습관과 같은 다른 문제를 고민해도 됩니다. 아직 닥치지 않은 고민을 미리 하지 말아요.

다음은 낮 수유량 늘리는 법을 고민해봐요. 낮수유량은 뱃고래를 키우는 수유텀 간격 늘리기보다, 수유 횟수를 늘리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3시간 간격을 고집하기보다 2시간 30분으로 당겨보세요.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에서 수유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수유 목걸이 같은 아이템이나 환경신호로 이제 먹는 시간이라는 일관된 신호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핵심은 간격을 늘려 버티는 게 아니라, 횟수를 늘려 충분히 먹이는 거예요.

낮에 충분히 먹이기: 간격이 아니라 횟수 억지로 많이보다, 편하게 자주 3시간 간격 130ml 7시 130ml 10시 130ml 13시 130ml 16시 130ml 19시 5회 수유 총 650ml (한 번에 많이 먹어야 함) 간격 줄이고 횟수 늘리기 2시간 30분 간격 110ml 7시 110ml 9:30 110ml 12시 110ml 14:30 110ml 17시 110ml 19시 6회 수유 총 660ml (조금씩 편하게)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밤잠 시간도 조정이 필요합니다. 5시 30분부터 뒤척인다면 6시 전후가 아기의 실제 기상 시간일 수 있어요. 갑자기 바꾸면 안 되고요. 첫 주에는 6시 15분에 기상을 시작해보고, 그다음 주에는 6시로 조정하면서 아기 반응을 보세요. 그리고 안정되면, 취침 시간을 점진적으로 늦춰보는 것도 좋아요. 7시에서 7시 15분으로, 그다음엔 7시 30분으로요. 15분씩 천천히 조정하면서 우리 아기에게 맞는 밤잠량을 찾아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수면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요. 첫잠 3시간은 생후 2개월 정도 아기에게는 대성공이에요. 12시, 3시, 4시, 5시는 수면주기 특성상 원래 자주 깨는 시간대니까요. 각성 호르몬 코르티솔이 올라가는 4시이후는 생리적으로 어쩔 수 없이 자주 깨게 됩니다. 통잠은 6~12개월 이후의 이야기예요. 지금은 밤에 2-3번 깨는 게 정상입니다.

왜 새벽에 자주 깰까? 코르티솔과 멜라토닌의 변화 하루 24시간 동안 호르몬과 체온의 자연스러운 리듬 수면 시간 (21:00-07:00) 12:00 15:00 18:00 21:00 24:00 03:00 06:00 09:00 12:00 호르몬 농도 / 체온 멜라토닌 최고점 (새벽 2시) 코르티솔 최저점 (자정) 각성 호르몬 상승 시작 멜라토닌 (수면 호르몬) 코르티솔 (각성 호르몬) 체온 💡 새벽 3시경부터 코르티솔이 상승하며 자연스럽게 각성이 쉬워집니다. 어른도 새벽에 깨곤 하죠. 출처: Circadian rhythm research (ResearchGate)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교과서는 참고용, 아기가 진짜 교과서

교과서는 유용합니다. 대략적인 가이드를 주니까요. 하지만 교과서가 아기보다 앞에 오면 안 됩니다.

3시간 텀도, 11시간 밤잠도 평균일 뿐입니다. 우리 아기는 이와 다를 수 있고, 그게 정상이에요. 교과서에 갇히면 이 차이가 문제가 됩니다. 우리 아기는 왜 3시간을 못 버틸까, 우리 아기는 왜 11시간을 못 잘까, 하는 죄책감을 만들죠.

교과서가 만든 불안을 내려놓으세요. 우리 아기는 우리 아기만으로 리듬으로 잘 자라고 있으니까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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