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버법(울려 재우기) vs 반응적 수면법(달래 재우기): 과학이 말하는 지속 가능한 선택

“애가 저렇게 우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요?”

수면교육을 시작한 부모들의 머릿속을 맴도는 가장 괴로운 질문입니다. 한쪽에서는 일정 시간 울게 두어야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운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즉각 반응해줘야 안정 애착이 형성된다고 맞섭니다.

이 오래된 논쟁에 과학은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요?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주요 연구들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수면교육의 새로운 기준이 보입니다.

1. 1세대 연구의 결론: 울려 재우기, 아기에게 해롭지 않다

가장 먼저 검증된 것은 ‘안전성’입니다. 소위 퍼버법(울려 재우기)이라 불리는 방식이 아기의 정서에 악영향을 주진 않을까요?

2012년: 5년의 추적 관찰

호주의 Harriet Hiscock 연구팀은 7개월 아기 32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퍼버법(울려 재우기)을 포함한 행동적 개입을 하고 다른 그룹은 평소대로 양육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6세가 될 때까지 5년을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부모들에게 안심을 주었습니다. 정서 발달, 행동 문제, 부모와의 애착 관계 등 어떤 영역에서도 두 그룹 간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행동적 수면 기법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지속되는 효과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해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2016년: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측정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괜찮다 쳐도, 우는 그 순간 아기는 공포에 떨지 않을까?”
호주 Flinders University의 Michael Gradisar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43명 아기의 타액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직접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우려와 달랐습니다. 퍼버법(울려 재우기)을 시행한 그룹의 코르티솔 수치가 치솟기는커녕 오히려 소폭 감소했습니다. 1년 뒤 애착 평가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기는 우리가 걱정하는 것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겁니다.

울려 재우기(퍼버법) 시 아기 스트레스 변화 데이터 출처: Gradisar et al. (2016) – Pediatrics 높음 낮음 코르티솔 수치 수면교육 전 높은 수치 1주일 후 낮은 수치 오히려 감소! 💡 결론: 울려 재워도 아기의 코르티솔(스트레스) 수치는 높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끊이지 않는 논란: 안정인가, 체념인가

물론 연구 결과에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코르티솔 수치와는 별개로, 정서적 측면에서의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아이가 편안함을 느껴서 잠든 것이 아니라, 울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다는 해석입니다. 또한 당시의 코르티솔 반응과 5년후 애착반응으로 문제없다고 결론짓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러한 우려는 부모들에게 깊은 죄책감을 남깁니다. 데이터가 증명한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부모들은 아이의 울음 앞에서 여전히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이죠.

2. 새로운 의문: 아기는 괜찮은데, 왜 부모는 포기할까?

데이터 상으로는 울려 재우기는 효과가 있고, 아기에게 해롭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데이터 안에서 발견된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탈률입니다. 그렇게 완벽한 방법이라면, 왜 수많은 부모들이 중도에 포기할까요?

실제로 Hiscock과 Gradisar의 연구 데이터 한구석에는 ‘높은 이탈률’이라는 숫자가 숨어 있었습니다. 아기의 코르티솔은 괜찮았지만, 부모들은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기존 과학은 ‘아기의 안전’을 증명하는 데 몰두하느라, 정작 그 방법을 수행해야 하는 ‘부모의 고통’은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아기의 스트레스 수치에는 변화가 없는데, 왜 부모들은 수면교육을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할까요? 기존 연구들은 그 부분을 놓쳤던 이유는 연구의 대상이 늘 ‘아기’였기 때문입니다.

3. 시선의 전환: 부모의 멘탈은 안녕하십니까?

이 반쪽짜리 정답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바로 Sarah Blunden 박사입니다. 그녀는 25년간 임상 현장에서 부모들을 만나며 깨달았습니다. 수면교육의 성공 열쇠는 ‘아기의 울음’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요.

2016년 그녀는 논문을 발표했어요. “부모들이 울려 재우기를 힘들어하는 7가지 이유”, 그리고 2020년에는 “Plan B”를 제안했어요. 울려 재우기가 안 되는 가정을 위한 대안이었죠.

2022년, 그녀의 연구팀은 질문의 주어를 바꿨습니다. ‘아기가 괜찮은가?’에서 ‘부모가 괜찮은가?’로 말이죠.

울려 재우기 연구 10년의 여정 2012년 Hiscock 연구 326명, 5년 추적 ✅ 아기 안전 하지만 이탈률 높음 2016년 Gradisar 연구 43명, 코르티솔 측정 ✅ 스트레스 ↓ 또 이탈률 높음 Blunden 박사 문제 인식 시작 2022년 Blunden 연구 41쌍, 8주 관찰 💡 반전 발견! ✅ 아기 수면 개선 ✅ 아기 스트레스 없음 엄마 스트레스가 달랐다! 같은 문제 반복 시선 전환! 2012~2016: 아기만 봤다 2022: 드디어 부모를 봤다

연구팀은 41쌍의 모자를 대상으로 두 가지 방식을 비교 실험했습니다.

  • 퍼버법(울려 재우기): 정해진 시간 간격으로만 반응하는 방식
  • 반응적 수면법(달래 재우기): 아기 곁에서 스킨십과 목소리로 즉각 안심시키며 서서히 개입을 줄이는 방식

8주 후, 아기의 수면뿐 아니라 부모의 스트레스와 우울 지수까지 측정한 결과, 흥미로운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수면 개선 효과는 비슷했다

두 방식 모두 전체 수면 시간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밤중에 깨는 횟수는 반응적 수면법(달래 재우기) 그룹에서 더 유의미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달래면서 재워도 수면 문제는 개선된다는 뜻입니다.

결정적 차이: 엄마의 스트레스

아기의 코르티솔 수치는 이번에도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들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반응적 수면법(달래 재우기)을 택한 어머니들은 스트레스 지수와 우울 증상이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아기의 울음을 더 정확히 파악한다고 느꼈고, 즉각적으로 달래주는 행위를 통해 아이를 잘 돌보고 있다는 정서적 효능감을 얻었습니다.

퍼버법 vs 반응적 수면법 연구 결과 비교 출처: Blunden et al. (2022) 구분 퍼버법 (울려 재우기) 반응적 수면법 (달래기) 아기 스트레스 (코르티솔) 안전함 (차이 없음) 🟡 안전함 (차이 없음) 🟡 수면 개선 (밤 깨는 횟수) 효과 있음 더 효과적! ⭐ 엄마 스트레스 (우울/불안) 높음 (힘듦) 😓 낮음 (편안함) ✅ 지속 가능성 중도 포기 높음 📉 지속 가능함 👍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4. 결론: 우리 집에 맞는 지속 가능한 방법 찾기

Blunden 연구가 던진 메시지는 묵직합니다. 아기의 울음은 아기 본인에겐 큰 스트레스가 아닐지 몰라도, 그 울음을 듣는 부모에게는 엄청난 고통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힘듦에 즉각 반응하고 달래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부모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그리고 부모의 마음이 편해야 수면교육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의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을 확인해볼게요.

첫째, 퍼버법(울려 재우기)은 아기에게 해롭지 않습니다. (2012, 2016년 연구)
아기의 정서 발달이나 스트레스 호르몬 측면에서 안전성은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방법을 선택한 부모님들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둘째, 반응적 수면법(달래 재우기)은 부모를 지켜줍니다. (2022년 연구)
울려 재우기가 힘들어서 포기했던 것은 부모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최신 연구는 부모가 아이를 달래주며 느끼는 효능감이 수면교육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임을 밝혀냈습니다. 게다가 수면 개선 효과도 충분했습니다.

결국 최고의 방법은 부모가 웃으며 지속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기의 기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양육자의 성향입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견디기 힘든 부모라면, 조금 더디더라도 반응적 수면법(달래 재우기)을 선택하는 것이 맞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편안해야, 아이의 잠도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Five-Year Follow-up of Harms and Benefits of Behavioral Infant Sleep Intervention(2012)

Behavioral Interventions for Infant Sleep Problems(2016)

Do responsive sleep interventions impact mental health in mother/infant dyads compared to extinction interventions? A pilot stud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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