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왜 잘 자는가 (2022년 연구)

2012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Emily Hohman 박사 연구팀이 279명의 초보 엄마를 모집했습니다. 모두 첫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었죠. 연구진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절반에게는 ‘반응형 양육(Responsive Parenting)’ 교육을, 나머지 절반에게는 안전 교육만 제공했습니다.

반응형 양육 교육의 내용은 구체적이었습니다. 아기의 신호(배고픔, 졸림 등)를 정확히 읽는 법, 7-8시 사이 취침 시간 정하기, 일관된 취침 의식, 그리고 밤에 깼을 때 바로 안아주기보다 스스로 진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교육받은 그룹의 첫째 아이들은 대조군보다 밤잠을 더 오래 잤고, 스스로 진정하는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이 엄마들에게 둘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진은 궁금해졌습니다. “첫째 때 배운 양육 습관이 둘째에게도 이어질까?”

둘째에게는 아무 교육도 하지 않았다

Hohman 박사팀은 기존 참가자 중 둘째를 출산한 117명을 대상으로 후속 연구(SIBSIGHT)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둘째를 키울 때는 연구진이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습니다. 간호사의 방문도, 추가적인 수면 교육도 없었습니다. 그저 생후 3주, 16주, 52주 차에 아기가 어떻게 자고 있는지 묻는 설문지만 보냈을 뿐입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첫째 때 교육을 받았던 엄마의 둘째는, 그렇지 않은 엄마의 둘째보다

  • 밤잠을 42분 더 잤습니다 (95% CI: 19-64분)
  • 24시간 총 수면이 53분 더 길었습니다 (95% CI: 17-90분)
  • 스스로 잠드는(Self-soothing) 확률이 2배였습니다 (OR=2.0)
  • 밤에 깼을 때 젖을 물려 재우는 비율이 50% 낮았습니다 (OR=0.5)
첫째 때 배운 습관, 둘째의 잠을 늘리다 교육받은 엄마 vs 대조군 엄마의 둘째 수면 시간 비교 대조군 (일반) 교육받은 엄마 밤잠 (Nighttime) +42분 (95% CI: 19-64분) 24시간 총 수면 +53분 (95% CI: 17-90분) 출처: Hohman et al., 2022, Pediatrics (SIBSIGHT Study)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둘째에게는 단 1원, 단 1시간의 교육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첫째 때의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전이 효과(Spillover Effect)라고 명명했습니다.

엄마의 몸이 기억하는 기다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데이터는 엄마들의 행동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교육의 경험이 없던 엄마들은 둘째가 밤에 깰 때 수유를 하거나 안아 재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첫째 때 반응형 양육을 배운 엄마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아기가 밤에 깰 때 즉시 개입하기보다, 아기가 스스로 다시 잠들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려주는(Self-soothing opportunity)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30초 기다리기의 결과: 스스로 잠드는 능력 15분 이내 스스로 잠드는 확률 비교 도움 필요 대조군 (성공) 교육군 (성공) 대조군 엄마의 둘째 기준 확률 교육받은 엄마의 둘째 2배 더 높은 확률 OR = 2.0 (95% CI: 1.1-3.7) 출처: Hohman et al., 2022, Pediatrics (SIBSIGHT Study)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흥미로운 건 이 차이가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교육받은 엄마들이 이번엔 기다려야지라고 굳게 다짐하며 시계를 본 것이 아닐 겁니다. 첫째를 키우며 수백 번 반복하면서 관찰하고 기다리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죠.

같은 가정 내에서 첫째와 둘째를 비교한 결과도 의미심장합니다. 생후 16주 차를 기준으로, 둘째가 첫째보다 평균 37분을 더 잤습니다. 엄마는 비슷한 환경, 비슷한 루틴을 제공했다고 생각했지만, 엄마의 숙련도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신호를 더 빨리 읽고, 더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이 자신도 모르는 새 자동화된 것입니다.

자전거 타기처럼

신경과학적으로 볼 때, 반복된 행동은 신경 회로를 강화하고 결국 자동화됩니다.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를 떠올려보세요. 처음엔 페달, 핸들, 균형까지 온갖 것을 의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딴생각을 하면서도 능숙하게 탈 수 있습니다.

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후 3개월, 당신은 아기가 울 때마다 당황합니다. “배고픈가? 졸린가?” 매번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재우는 데 1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집니다. 아기의 끙끙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이것이 ‘진짜 울음’인지 ‘잠꼬대’인지 무의식적으로 판단합니다. 불필요한 개입은 줄어들고, 대응은 효율적으로 변합니다.

Hohman 박사의 연구 결과인 42분의 기적은 마냥 둘째가 순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가 아닙니다. 부모가 성장했기 때문에 얻게 된 성과입니다.

지금은 효과가 없어 보이더라도

아무리 노력해도 오늘도 아기가 30분마다 깨고 있어서, 수면 교육이 실패한 것 같나요?
하지만 일관된 취침 시간 지키기, 울음소리 구분하려 노력하기, 잠깐 기다려보기처럼 여러분이 지금 시도하고 있는 모든 과정은 여러분의 뇌 속에 ‘육아 신경 회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효과가 없어 보여도 뇌는 학습합니다. 실패해도 몸은 기억합니다.
생후 3개월의 당신이 고군분투하며 배운 것은, 생후 9개월의 당신에게, 그리고 미래의 당신에게 반드시 전달됩니다.

당신은 지금 성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Hohman, E.E., Savage, J.S., Marini, M.E., et al. (2022). Effect of the INSIGHT Firstborn Parenting Intervention on Secondborn Sleep. 

ⓒ 2025.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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