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에 눕혔는데, 오늘도 9시가 넘어서 잠들었어요.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어요! 취침시간 지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 나만 그런가요?
수면 상담에서 정말 자주 듣는 하소연입니다. 아기 수면에 좋다고 하니 시도는 해보는데, 성공하는 날이 손에 꼽으니 터져나오는 하소연이죠.
가장 어려운 취침시각, 가장 쉬운 낮밤 구분
지난 글에서 이란의 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Rouzafzoon et al., 2021). 생후 2개월에서 4개월 사이 아기를 둔 엄마들에게 수면 전략 8가지를 교육한 연구였습니다. 그 결과로 아기 취침시각이 크게 당겨졌고, 그만큼 엄마가 누울 시간도 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논문을 살펴보는 과정 중에 흥미로운 표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연구자들이 개입군 엄마 41명에게 수면 전략 항목마다 실행 난이도와 유용성을 각각 따로 확인한 표입니다.
먼저 실행 난이도부터 보겠습니다. 일관된 취침시각 지키기 항목에서 36명(87.8%)이 어려웠다고 답했습니다. 쉽다고 답한 사람은 5명뿐이었습니다(12.2%). 항목 8가지 중에서 이렇게까지 압도적으로 응답이 쏠린 것은 “일관된 취침시각”뿐이었습니다. 뒤이어 어려웠다는 응답이 많았던 항목은 일관된 취침 루틴(65.9%), 졸리지만 깬 상태로 눕히기(58.5%)순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일관된 취침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나 하나가 아니었던 겁니다.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수면요소인데, 어렵다고 답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반대로 쉬웠다는 응답이 많았던 항목을 살펴보면, 아기를 늘 같은 곳에서 재우는 수면 장소 고정(82.9%), 낮과 밤의 구분(82.9%), 안전한 수면 환경 만들기(78.0%) 순서로 실행 난이도가 낮다고 답했습니다. 이 세 가지는 많은 분들이 지키기 어렵지 않았던 것이죠.
아기의 몫과 엄마의 몫
난이도가 높다고 답한 1~3순위와 쉽다고 답한 1~3순위를 그룹으로 나누어 봤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누고 보면, 각 그룹의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어려웠던 항목은 모두 아기의 협조가 있어야 완성됩니다. 정해진 시각에 잠들기, 정해진 루틴을 따라 진정되기, 졸릴 때 침대에서 스스로 잠들기. 내가 8시에 불을 끄고 아기를 눕힐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8시에 잠드는 것은 아기가 하는 일입니다.
난이도가 낮은 항목은 정반대입니다. 늘 같은 곳에서 재우고, 낮에는 밝게 밤에는 어둡게 하고, 안전한 잠자리를 만드는 일은 엄마 혼자서 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기의 응답이 필요 없는 일입니다.
취침시각 지키기가 어려운 이유는 엄마의 실행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엄마 혼자만의 노력으로 완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어렵다고 꼽힌 세 항목이 수면 코칭의 핵심 3요소라는 사실입니다. 수면코칭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설파하는 내용이 바로 정해진 시각에 재우기, 정해진 루틴 지키기, 그리고 졸리지만 깬 상태로 눕히기입니다. 그중 마지막 항목인 “졸리지만 깬 상태로 눕히기”는 아기가 등을 대고 스스로 잠드는 연습이고, 이른바 가벼운 수면훈련에 해당합니다. 상담에 오는 많은 분들이 바로 이 세 번째 지점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취침시각과 취침루틴을 지키고 있고 스스로 잠들기만 못하고 있다면, 가장 어렵다고 꼽힌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이미 해낸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되는 지점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어려운 일을 해내고 계신 겁니다.
모두가 도움됐다고 답한 두 가지
다른 질문도 뜯어봤습니다. 이번엔 난이도가 아니라 유용성에 대한 항목입니다. 41명 전원이 도움이 됐다고 답한 항목이 둘입니다. 낮과 밤의 구분, 그리고 엄마 자신의 수면위생입니다. 두 항목의 공통점도 앞서 본 것과 같습니다. 아기의 협조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환경을 아기의 생리에 맞추는 일과 엄마가 수면교육을 공부하고 수면위생을 챙기는 것은 아기의 응답이 꼭 필요한 항목이 아니니까요.
물론 여덟 가지 전략 모두 유용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도움이 안 됐다가 더 높았던 항목은 없었습니다. 가장 유용성이 낮게 표시된 일관된 취침시각조차도 73.2%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으니까요.
그런데 도움이 안 됐다는 응답만 떼어서 살펴보면 상위 세 항목이 눈에 띕니다. 일관된 취침시각(26.8%), 졸리지만 깬 상태로 눕히기(24.4%), 일관된 취침 루틴(22.0%)순입니다. 앞에서 어렵다고 답한 상위 세 항목과 순위가 그대로 겹칩니다. 다시 말해서, 아기의 호응이 꼭 필요한 전략은 실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효과를 체감하는 정도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연구의 표본은 41명이고, 자기보고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니 100%의 도움이 되었다는 답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주의가 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목 그룹마다 응답이 모이고 있다는 편향성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행 난이도 1위가 만들어 낸 변화
그렇다면 어려운 항목은 포기하는 편이 나을까요? 연구 결과를 다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입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바로 취침시각이었습니다. 평균 취침시각이 새벽 1시에서 밤 10시 20분으로 160분 앞당겨졌습니다. 그 결과 아기의 밤잠이 대조군보다 81분 길어졌습니다.
가장 어렵다고 답한 그 항목이 가장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난이도가 높아서 힘들지만, 힘든 만큼 값어치가 있기도 했습니다.
협조가 필요 없는 것부터, 순서대로
수면을 바꿀 생각이 들었다면, 아기의 협조가 필요 없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연구로 돌아가서 보자면, 낮과 밤의 구분, 아기 수면자리 고정, 그리고 엄마 자신의 수면공부, 수면위생과 같은 항목입니다. 오늘 저녁부터 혼자 시작할 수 있고, 대부분이 쉽다고 답했고 유용성도 높게 나온 항목입니다.
이 세 가지가 충분히 자리를 잡은 뒤에 취침시각과 취침루틴, 스스로 잠들기로 넘어갑니다. 나도 아기도 새 리듬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낮과 밤 구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침시간에 매달리면, 준비가 되지 않은 아기는 호응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엄마는 매일 저녁 실패를 확인하게 됩니다. 수면기초가 다져진 후에는 일관된 취침시간 지키기도 한결 수월해집니다.
아기의 협조가 필요한 항목에서는 난이도도 효과도 집집마다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어떤 집은 며칠 만에 자리를 잡고, 어떤 집은 몇 주가 걸립니다.
취침시간이 안 지켜지는 건 당신의 실행력 문제가 아닙니다. 아기가 해줘야 완성되는 일이라 원래 어렵고, 마흔한 명 중 서른여섯 명이 똑같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가장 어려운 항목이 이 연구에서 가장 크게 바뀐 항목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녁은 협조가 필요 없는 것 하나부터 시작해 보세요. 일관된 취침시간은 그다음입니다.
참고문헌
- Rouzafzoon, M., Farnam, F., & Khakbazan, Z. (2021). The effects of infant behavioural sleep interventions on maternal sleep and mood, and infant sleep: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Sleep Research, 30(5), e1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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