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담에서 한 아기의 수면 기록을 분석하다가 기분 좋은 발견을 했습니다. 81일 된 아기의 잠자리 순서였습니다. 기저귀를 확인하고, 스와들업을 입히고, 거실을 돌며 텔레비전과 냉장고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방으로 들어가 수면등을 켜고, 자장가를 틀고, 책을 읽어 준 뒤에 재웁니다.
이 짧은 기록을 읽다가 잠깐 멈췄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침실에 들어가서야 재우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는 침실 문을 열기 한참 전, 거실에서부터 사물에게 하나씩 인사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이 순서에 좋은 수면의식이 갖춰야 할 조건이 담겨 있었습니다.
수면 상담을 하다 보면 수면의식과 관련해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매일 목욕하고 마사지하고 수유하는 수면의식을 하고 있는데도, 아기가 오히려 더 싫어하는 것 같아요. 수면의식이 효과가 있는 게 맞나요?” 아기를 재우는 방법이라고 들었는데, 수면의식을 해도 잠들지 않고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일견 안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재우기 버튼이 아니라 진정과정
수면의식을 재우는 방법으로 생각하면, 아기가 바로 잠들지 않으면 재우기 실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잠은 버튼을 누르듯 켜지지 않습니다. 깨어서 활동하는 동안 올라가 있던 교감신경이 가라앉고, 몸을 쉬게 하는 부교감신경이 올라와야 비로소 잠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마리드는 수면의식을 진정의식이라고 부릅니다. 포근한 스킨십, 조용한 책 읽기, 낮은 자장가로 하루의 각성이 가라앉고 아기 몸이 이완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재우기보다, 부모와 헤어지는 순간을 아기가 편안하게 맞이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수면을 넘어 발달까지, 민델의 연구
그렇다면 수면의식은 실제로 무엇을 바꿀까요? 영유아 수면의식 연구를 20년 가까이 이끌어 온 연구자가 조디 민델(Jodi Mindell) 박사입니다.
2009년 민델 연구팀은 7개월에서 36개월 아기 405명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한 집단은 3주 동안 목욕, 로션 바르기, 조용한 활동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수면의식을 지켰고, 다른 집단은 평소대로 지냈습니다. 시작하고 사흘만에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입면 시간이 짧아졌고, 밤중에 깨는 횟수와 깨어 있는 시간이 줄었으며, 한 번에 이어 자는 구간이 길어졌습니다. 아기만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기분 지표도 함께 좋아졌습니다.
2015년에는 규모를 키웠습니다. 민델 연구팀이 14개국 부모 10,085명을 대상으로 수면의식과 수면의 관계를 분석해본 결과, 수면의식의 양이 쌓이면 쌓일수록 수면은 개선되었습니다. 수면의식을 하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씩 늘어날 때마다 아기는 더 이른 시간에 잠들었고, 입면 시간이 짧아졌으며, 밤중깸이 줄고, 총 수면시간이 늘었습니다. 모두 다른 문화권에서도 결과의 방향은 같았습니다.
2019년 민델 연구팀은 그동안의 연구를 하나의 개념 모델로 종합했습니다. 일관된 수면의식의 이점은 수면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서 조절, 언어와 인지 발달, 부모와 아기의 애착, 가족의 스트레스 수준까지 이어졌고,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 연구들의 상당수는 부모의 자기보고에 기댔습니다. 부모가 적어 낸 기록이라 실제 수면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 문화권에서 같은 방향의 결과가 반복됐다는 점은 중요하게 볼 만합니다.
그런데 어린 아기에게도 통할까
민델의 초기 연구는 대부분 7개월 이상 아기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앞의 81일 아기처럼 더 어린 아기에게도 수면의식이 통할까요. 그리고 텔레비전과 냉장고에게 인사하는 순서는 어떻게 아기를 진정시킬까요. 2편에서 가장 어린 아기를 다룬 최신 연구와 감각전환의 원리를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 Mindell, J. A., Telofski, L. S., Wiegand, B., & Kurtz, E. S. (2009). A nightly bedtime routine: Impact on sleep in young children and maternal mood. Sleep, 32(5), 599-606.
- Mindell, J. A., Li, A. M., Sadeh, A., Kwon, R., & Goh, D. Y. (2015). Bedtime routines for young children: A dose-dependent association with sleep outcomes. Sleep, 38(5), 717-722.
- Mindell, J. A., & Williamson, A. A. (2018). Benefits of a bedtime routine in young children: Sleep, development, and beyond. Sleep Medicine Reviews, 40, 93-108.
ⓒ 2026.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