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교육보다 엄마의 수면 기회가 먼저입니다

1편에서 아기의 밤중깸을 줄이면 엄마의 불면도 사라지는지 시험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전동 침대를 사용한 가정에서 엄마의 수면은 41분 늘었습니다. 하지만 불면 점수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기가 덜 깨게 되었지만, 밤중깸을 경험한 몇 달 동안의 잠자리에서의 습관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못 자면 내일 하루를 못 버틴다, 자야 하는데 왜 잠이 안 올까? 하는 고민도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엄마가 몸을 침대에 누일 수 있는 시간을 따져볼게요. 아기를 밤 8시에 재우고 나면 다음 수유텀까지 세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젖병을 삶고 빨래를 널고 다음 날 갈아입힐 옷까지 챙기면, 그 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등을 붙여보지 못한 채 11시 수유텀을 마주합니다. 다른 한편에는 그 세 시간이 통째로 비어 있는 집도 있습니다. 가족이 아기를 봐준 집도 있고, 집안일을 미뤄 혼자 시간을 낸 집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누우면 온갖 고민이 머리에 맴돌아, 결국 11시 수유텀까지 그대로 깨어있습니다. 지원이 없어서 누울 시간이 부족한 것과, 시간이 있는데도 고민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것은 다릅니다. 두 경우는 대처도 달라야 합니다.

수면 기회를 빼고 계산한 산후 불면 통계

충분히 잘 수 있는 여건에서도 잠들지 못하는 상황을 불면장애로 진단합니다. 누울 시간이 없거나, 아기의 밤중깸 때문에 밤새 일어나는 경우는 수면 기회 부족으로 판단합니다.

2022년 Quin 연구팀은 이 수면 기회 기준을 실제로 적용해 봤습니다. 초산모 163명을 임신 30주부터 산후 24개월까지 일곱 번 만났습니다. 설문지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문항을 따라가며 한 사람씩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같은 163명의 답변을 두 가지 방식으로 두 번 계산했습니다. 한 번은 수면 기회 기준을 적용하고, 한 번은 그 기준을 빼고 증상 보고만으로 계산했습니다. 같은 사람의 답변인데 확연히 다른 두 개의 수치가 나왔습니다.

수면 기회 기준을 적용하면 산후 불면장애는 5.3~11.7%였습니다. 기준을 빼고 계산하면 21.4~40.4%로 올라갔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도 기준을 뺀 쪽이 두 배에서 네 배나 많았습니다.

수면 기회 기준 적용 여부에 따른 산후 불면장애 비율 Quin 외(2022), Sleep, 초산모 163명 임신 30주부터 산후 24개월까지 추적 0 10 20 30 40 비율 (%) 20.3 11.7 32.0 13.1 8.3 21.4 29.8 10.6 40.4 16.7 5.3 21.9 18.8 6.8 25.6 1.5개월 3개월 6개월 12개월 24개월 산후 경과 시점 수면 방해 (기준 제외 시 합산) 불면장애 (기준 적용) ⓒ 2026.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막대에서 색이 나뉜 윗부분이 수면 방해로 분류된 엄마들입니다. 이들도 잠에 불만이 있고, 낮 시간이 힘들고, 주 3회 이상 경험합니다. 여기까지는 불면장애 그룹과 같습니다.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은 하나입니다. 불면장애는 누울 시간은 있지만 잠이 오지 않고, 수면 방해는 누울 시간 자체가 없습니다. 잠을 방해하는 요인이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연구팀은 잠에 대한 강박을 보는 척도도 함께 계산했습니다. 이 척도에서는 불면장애 그룹만 수치가 높았습니다. 수면 방해 그룹은 수면 문제가 없다고 답했던 사람들과 비슷한 수치였습니다. 다시 말해, 수면 방해 그룹은 잘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진다면 문제없이 잘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그룹 모두 수면 문제가 없다고 답한 그룹보다 수면 지표와 우울 점수가 나빴습니다. 잠을 방해하는 요인이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못 자는 밤은 우울 점수가 나빠졌습니다.

쉴 시간이 없는 그룹과 시간은 있지만 쉬지 못하는 그룹

두 그룹에 대한 대처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거칠지만 간략하게 두 그룹을 구분해보겠습니다. 내가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생각해봅시다.
먼저 아기를 재우고 나서 아기가 다시 깰 때까지, 내가 실제로 몸을 눕히고 있던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봅니다. 집안일에 밀려 누울 시간이 나오지 않았다면 A 그룹입니다. 누울 시간은 있었지만 아기의 밤중깸으로 두 시간마다 깨는 토막잠이었다면 이 경우도 A 그룹입니다. 시간이 통째로 비어 있었는데도 잠들지 못했다면 B 그룹입니다.

A 그룹은 엄마 수면교육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적용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 경우, 걱정을 종이에 적어두라는 솔루션을 제시해도, 무엇을 할 시간조차 없으니 의미가 없는 조언이 됩니다.

B 그룹은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도, 잠들지 못하는 두 시간이 세 시간으로 늘어날 뿐입니다.

시간이 없는 A 그룹, 취침시각 2시간 40분

A 그룹부터 봅니다. 몸을 눕힐 시간이 없다면 어디선가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2021년 Rouzafzoon 연구팀은 이란 테헤란에서 아기의 취침시각을 앞당겼습니다.

연구팀은 생후 2~4개월 아기와 엄마 82쌍을 모았습니다. 시작 시점에 아기의 94%가 밤 11시 이후에 잠들었습니다. 가장 늦은 취침시간은 새벽 4시였습니다. 전문가의 권장 취침시간인 저녁 7~8시와 동떨어진 시간입니다.

이란에서는 외벌이 아버지의 퇴근이 늦어, 오전 10시 기상 일과가 많습니다. 저녁 8시에 아버지가 퇴근하면 아기는 그때부터 아버지와 놀게 됩니다. 소규모 야간 가족 모임도 잦은 문화라, 아기도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기는 부모의 취침시간까지 흥분상태로 깨어 있곤 합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권장 취침시간인 저녁 7~8시를 목표로 잡지 않았습니다. 낙담을 우려하여 밤 10시를 목표로 정했습니다. 90분짜리 개인 수면교육 한 번과 주 1회 전화로 낮과 밤의 구분, 졸리지만 깬 상태로 눕히기, 취침 루틴을 가르쳤고 엄마 자신의 수면위생도 함께 다뤘습니다. 울려 재우기 등의 수면훈련 기법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8주 뒤 교육을 받은 집에서 아기의 취침시각이 새벽 1시에서 밤 10시 20분으로 앞당겨졌습니다. 2시간 40분이 당겨진 것입니다. 같은 기간 대조군은 취침시간이 27분 앞당겨지는 데 그쳤습니다.

밤중깸 횟수는 두 그룹 모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기는 여전히 밤에 두세 번 깼고, 엄마가 침대에 누울 수 있는 시간대만 앞으로 당겨졌습니다.

취침시각과 밤중깸의 변화 Rouzafzoon 외(2021), Journal of Sleep Research, 아기와 엄마 82쌍 교육 전 8주 후 취침시각 밤중깸 횟수 개입군 대조군 2시간 40분 22:20 01:00 00:25 00:52 22:00 23:00 00:00 01:00 2.5 3.0 2.6 2.9 2.0회 2.5회 3.0회 3.5회 ⓒ 2026.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이후 개입군 엄마들의 수면의 질과 우울 점수도 함께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수면의 질은 여전히 나쁜 수면으로 분류되는 범위에 있었습니다. 시간이 생겼다고 잠이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았습니다.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이란 연구를 한국 가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2016년 Ahn 연구팀이 국내 영유아 1,03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영유아의 평균 취침시각은 밤 10시 8분입니다. 새벽 1시에서 10시 20분으로 2시간 40분을 당긴 이란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러니 무작정 취침시간을 당겨서 시간을 확보할 수는 없습니다.

권장 취침시간까지 사흘에 30분씩 취침시간을 당겨서 1시간이라도 확보해봅시다. 그와 함께, 배우자와 요일을 정해 아기의 초저녁 밤을 번갈아 맡는 방법을 적용해봅시다. 또는 초저녁 한 구간은 통째로 다른 가족에게 넘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기가 낮잠 자는 동안에는 집안일을 하는 대신 같이 누워서 쉽니다.

시간이 있는 B 그룹, 새벽 세 시의 생각

B 그룹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아기가 잠든 후에도 두 시간의 여유가 있는데, 자리에 누우면 그때부터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아까 낮잠을 너무 늦게 재웠나.
지금 잠들어도 네 시간밖에 못 자는데.
이러다 또 못 자면 내일은 정말 못 버틴다.

2021년 Kalmbach 연구팀은 임신 후기부터 산후까지 여성 70명을 17주 동안 매주 조사했습니다. 잠자리에서 이런 생각이 도는 정도를 불면 증상, 우울과 함께 측정했습니다. 잠자리 생각이 많았던 주에는 우울 선별에서 양성이 나올 가능성이 세 배였습니다. 불면 자체가 우울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 연결의 4분의 1에서 4할가량은 잠자리 생각을 거쳐 갔습니다. 반대로 우울이 불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불면이 우울로 가는 두 갈래 길 Kalmbach 외(2021), Sleep, 임신 후기부터 산후까지 여성 70명 17주 추적 23~43% 잠자리 생각을 거치는 몫 잠자리 생각 야간 인지적 과각성 불면 증상 우울 우울 위험 3.05배 95% CI 1.60~5.79 직접 경로 우울 → 불면 확인되지 않음 ⓒ 2026. My Little Dreamer. All rights reserved.

연구팀은 이 순환이 하루이틀 만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정리했습니다. 하룻밤 설치고 잠깐 생각이 맴도는 정도는 흔한 일이고, 며칠이면 지나갑니다. 문제는 이 상태가 몇 주씩 이어질 때입니다. 잠자리에서 생각이 맴도는 밤이 반복되면, 다음 날은 눕기도 전에 오늘도 못 잘 것 같다는 예감이 먼저 찾아옵니다.

오늘부터 걱정은 낮에 미리 종이에 적어둡니다. 야간 수유 중에는 휴대폰으로 정보를 찾지 않습니다. 검색하면 답 대신 새로운 걱정거리를 하나 더 얻게 될 뿐입니다.

여기까지 했는데도 밤마다 생각이 맴돈다면 혼자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입니다. 연구팀은 주산기 여성의 불면을 치료할 때 잠에 대한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적었습니다. 생각을 끄는 쪽을 함께 다뤄야 효과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이 제시한 방법은 인지치료, 반추를 다루는 인지행동치료, 마음챙김, 정서조절 훈련입니다.

수면교육보다 수면 기회가 먼저

1편에서는 전동 침대로 아기의 밤중깸이 줄었는데 엄마의 불면 점수는 그대로였습니다. 이란 연구에서는 아기의 밤중깸은 여전했는데도 엄마의 수면의 질과 우울 점수가 좋아졌습니다. 엄마의 잠은 아기가 깨는 횟수가 아니라 엄마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누울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시간에 생각을 하지 않고 잘 수 있었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확인하려면, 실제로 누울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부터 확인해봅시다. 그 시간이 없다면, 주변의 모든 지원을 사용해서 그 시간부터 만듭니다. 그 시간이 있는데도 못 자고 있다면, 그때는 밤시간의 걱정을 낮 시간으로 옮깁니다. 아기를 더 잘 재우는 기술만으로는 엄마의 잠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아기를 잘 재우려는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내가 잘 자기 위해서입니다. 아기의 잠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달이 상당 부분 해결합니다. 낮과 밤의 구분, 취침 루틴 같은 기초만 지켜두고 엄마 자신의 잠을 먼저 챙기시기 바랍니다.

엄마가 잘 수 있어야 엄마가 삽니다. 엄마의 잠을 위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불면이 몇 주 넘게 이어지거나 낮 시간을 버티기 어렵다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세요. 산후 불면은 의지로 극복할 부분이 아니라, 치료의 영역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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