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아침, 트렁크에 기저귀 가방과 젖병, 갈아입힐 옷을 싣고 출발합니다. 평소 두 시간 거리의 고속도로를 네 시간째 달리는 동안, 뒷좌석 카시트의 아기는 한 시간 전부터 칭얼거립니다. 저녁에 도착한 할머니 댁 거실은 밤 10시가 넘어도 TV 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아기를 눕힐 자리는 어른 침대 한쪽이나 두툼한 요를 깐 방바닥입니다.
명절과 가족 여행에서는 집에서 지키던 수면 환경이 한꺼번에 바뀝니다. 잠자리, 이동 수단, 취침시간, 소음이 모두 달라집니다. 명절 아기 잠자리부터 이동과 취침시간까지, 부모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첫 점검은 잠자리 안전
미국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NICHD)의 안전수면 캠페인 Safe to Sleep에서는 매트리스와 벽 사이에 아기의 몸이 끼는 상황, 베개나 어른의 팔이 얼굴을 덮는 상황, 끈이 목에 감기는 상황을 잠자는 아기의 숨길이 막히는 경로로 꼽습니다.
어른 침대에 아기를 눕히는 상황이 된다면, 가장 먼저 침대와 벽 사이 틈을 확인해야 합니다. 틈이 한 뼘밖에 되지 않더라도, 아기의 머리가 끼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Safe to Sleep은 소파와 안락의자도 안전하지 않은 장소로 분류합니다. 피로가 쌓인 명절에는 소파에서 아기를 가슴에 올려둔 상태로 어른이 먼저 잠들기 쉬우니 주의해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휴대용 아기침대입니다. 준비하지 못했다면 단단하고 평평한 매트에 얇은 시트 한 장만 깔고 등을 바닥에 대고 눕힙니다.
2. 친근한 물건은 챙기고 푹신한 물건은 빼기
속싸개나 슬리핑백, 수면의식 때 읽던 그림책, 수면등, 쪽쪽이처럼 매일 밤 쓰던 물건을 챙깁니다. 낯선 장소에서도 집에서의 촉감과 냄새가 유지되면, 아기에게 잠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돌 이후 아기라면, 아기 베개, 애착인형을 함께 가져가면 좋습니다. 물론 돌 전 아기의 잠자리에는 매트에 딱 맞는 시트 한장만 남겨야 합니다. Safe to Sleep은 베개와 봉제인형처럼 푹신한 것, 솜이불과 담요 등을 침대에서 빼라고 말합니다.
1998년 Kemp 연구팀이 아기들이 쓰던 침구를 비교한 결과, SIDS 위험이 높은 아기들이 쓰던 침구가 더 푹신했습니다. 푹신한 침구에서는 아기가 내쉰 이산화탄소가 흩어지지 못하고 얼굴 앞에 고입니다. 이 기전에 대해서는 「엎드려 재우면 잘 자는데 왜 등 대고 눕히라고 할까요」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Safe to Sleep은 쪽쪽이를 권하지만, 옷이나 인형, 이불과 연결하지 말라고 안내합니다. 외출할 때 쓰던 쪽쪽이 클립은 잠자리에서는 떼어야 합니다.
3. 장소가 바뀌더라도 같은 수면의식
2015년 Mindell 연구팀은 14개국 부모 10,085명을 조사해, 수면의식을 꾸준히 하는 가정일수록 아기의 입면시간이 짧고 총 밤잠시간이 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수면의식을 꾸준히 자주 할수록 결과가 좋아지는 용량 반응 관계도 나타났습니다.
잠자리는 바뀌더라도 목욕, 수유, 불 끄기, 그림책으로 이어지는 순서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밤 같은 순서를 밟아온 아기에게는 수면의식의 순서 자체가 잠 신호입니다. 친척 방문으로 시간이 빠듯한 날에는 목욕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의식은 건너뛰더라도 나머지 순서는 지킵니다.
4. 백색소음은 멀리, 작게
명절에는 밤늦게까지 TV 소리, 설거지 소리, 친척들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휴대용 백색소음기나 휴대폰 앱을 활용하여 이런 생활 소음은 덮어봅시다.
2014년 Hugh 연구팀은 시판 영아용 수면기기 14개를 최대 볼륨으로 틀고 소리 크기를 측정했습니다. 모든 기기가 병원 신생아실 권장 기준인 50dB를 넘었고, 3개는 성인 직업 소음 노출 기준인 85dB도 넘었습니다. 연구팀은 기기를 아기에게서 멀리 두고 볼륨을 낮게 맞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아기 머리맡은 피하고, 볼륨은 대화 소리보다 작게 맞춥니다.
기기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욕실 환풍기 소리나 흐르는 물소리로 잠깐 달래볼 수 있습니다.
5. 카시트는 이동할 때만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아기가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는 카시트입니다. 이동의 시작은 낮잠 시간 직전에 시작합시다. 아기가 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잠들기 쉬운 시간을 찾아주세요. 아직 카시트가 낯설다면, 출발 며칠 전부터 짧게 앉히며 연습합니다.
이동 중에 카시트에서 잠들었다면, 가능한 한 빨리 평소 잠자리로 옮겨 눕힙니다. 카시트에서 턱이 가슴에 닿도록 고개가 앞으로 숙여진 상태로 오래 있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동중에는 주기적으로 휴게소에 들러, 아기를 카시트에서 꺼내서 달래줍니다.
6. 늦은 취침, 많은 손님, 귀가 후 회복
친척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금방 밤 9시, 10시가 되기 십상입니다. 하루 이틀 늦게 자는 것은 괜찮습니다. 기상시간은 평소대로 지키고, 모자란 잠은 낮잠으로 조금 더 보충합니다. 생체시계는 아침 햇빛과 낮 생활의 빛으로 맞춰집니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 삼촌, 사촌들이 번갈아 안아주면 즐거운 만큼 아기에게 자극도 빠르게 쌓입니다. 잠신호를 보여줄 새도 없이 곧 칭얼거림이 이어지고 잠들기 어려워집니다. 낮잠 시간이 다가오면 아기를 조용한 방으로 데려가 불을 낮추고 부모와 둘만 있는 시간을 만듭니다.
집에 돌아온 다음 날부터는 기상시간, 낮잠, 수면의식을 평소대로 되돌립니다. 며칠은 새벽깸이나 잠투정이 늘 수 있습니다. 아침에 커튼을 열고 오전에는 외출하여 빛을 충분히 흡수하면, 빠르게 평소대로 돌아올 것입니다.
아기의 잠보다 가족과 보내는 명절
낯선 곳에서는 아기도 부모도 평소보다 지치기 마련입니다. 아기는 평소보다 자주 깨고 더 울 수 있고, 곁을 지키는 부모도 잠을 설칩니다. 그래도 명절은 아기가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 사촌들의 품에 안기는 시간입니다. 잠자리의 안전만 지킨다면 나머지는 조금 흐트러져도 괜찮습니다. 연휴 동안 흐트러진 리듬은 집에 돌아와 일상을 되찾으면 함께 돌아옵니다.
잠 걱정은 조금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을 즐기세요. 할머니 품에서 웃는 아기의 얼굴은 그날에만 담을 수 있으니까요.
참고문헌
- NICHD (2022). Safe Sleep for Your Baby: Reduce the Risk of 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 and Other Sleep-Related Infant Deaths. Safe to Sleep Campaign.
- Kemp, J. S. 외 (1998). Softness and potential to cause rebreathing: differences in bedding used by infants at high and low risk for sudden infant death syndrome. Journal of Pediatrics, 132(2), 234-239.
- Mindell, J. A. 외 (2015). Bedtime routines for young children: A dose-dependent association with sleep outcomes. Sleep, 38(5), 717-722.
- Hugh, S. C. 외 (2014). Infant sleep machines and hazardous sound pressure levels. Pediatrics, 133(4), 677-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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