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반, 아기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부모의 몸은 아직 한밤중인데 아기는 벌써 옹알이가 한창이에요. 저녁에는 반대입니다. 어른보다 한참 이른 시각에 졸음이 쏟아지고, 7시를 넘기기 어려운 날도 많습니다. 어른의 하루와 영 어긋나는 이 리듬을 보며 우리 아기한테 문제가 있나 걱정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26,214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보자면, 오히려 이런 리듬이 아기들의 표준에 가깝습니다.
아기에게도 있는 아침형과 저녁형
크로노타입은 한 사람의 생체시계가 아침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저녁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가리키는 수면과학 용어입니다. 아침에 눈이 잘 떠지고 저녁에 일찍 졸리는 사람이 아침형, 밤이 되어야 정신이 맑아지는 사람이 저녁형입니다.
이 차이는 멜라토닌 분비 시각으로 갈립니다. 뇌는 밤이 가까워지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내보내기 시작하는데, 이 시작 시각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나타납니다.
LeBourgeois 연구팀은 2013년, 타액 검사로 30~36개월 유아 45명의 멜라토닌 분비 시작 시각을 측정했습니다. 평균시간은 저녁 7시 29분이었지만, 빠른 아이와 늦은 아이의 차이는 3시간 30분에 달했습니다. 같은 또래 아이들 중에서도 어떤 아이의 뇌는 저녁 6시에 이미 밤을 준비하고, 어떤 아이의 뇌는 9시가 넘어야 같은 신호를 보냅니다. 같은 환경에 있는 형제라도 잠드는 시각이 다른 데에는 이런 부분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 저녁형 0%
그렇다면 아기들은 어느 쪽 크로노타입으로 태어날까요?
Randler 연구팀은 2017년, 0세부터 30세까지 모든 연령에 동일한 설문 척도를 적용해 독일인 26,214명의 크로노타입을 연령별로 비교했습니다. 영유아는 부모가 아이의 리듬을 관찰해 응답했고, 학령기 이상은 본인이 직접 답했습니다.
결과는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었습니다. 첫돌 전 아기 138명 가운데 71.7%가 아침형이었고, 저녁형으로 분류된 아기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녁형이 처음 나타나는 시점은 만 1세로, 그마저 1% 안팎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 중에 올빼미는 사실상 없다는 뜻입니다.
이 수치를 알고 나면 아기의 새벽 기상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새벽부터 쌩쌩하게 활동하는 우리 종달아기들이 습관이 잘못 든 것이 아니라, DNA의 설정에 따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아기들이 이른 기상으로 부모를 힘들게 하지만, 그 이유는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종달새로 태어나기 때문이었습니다.
만 5세까지 해마다 저녁 쪽으로 움직이는 시계
같은 연구에서 확인된 변화의 방향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아침형 아기는 0세 71.7%에서 만 2세 60.9%, 만 5세 52.6%로 꾸준히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사춘기 무렵이 되면 이 흐름이 급격히 가팔라져, 16세에는 아침형이 5%까지 떨어집니다. 다시 말해서 생체시계는 태어난 직후부터 조금씩 일관된 방향으로 늦춰진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연구는 같은 아이를 따라간 추적 연구가 아니라 연령대별 집단을 한 시점에 비교한 횡단 연구이고, 영유아 구간은 부모의 관찰에 기댄 수치입니다. 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0세부터 30세까지를 같은 척도로 비교한 자료로는 가장 규모가 큰 축에 속합니다.
부모에게 중요한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지금 새벽형인 아기의 리듬은 비정상이 아니라 또래 대부분이 공유하는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그 리듬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형성되는 중입니다. 형성 중이라는 말은 환경이 그 방향에 함께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에도 일찍 눈을 뜬 아기 옆에서 한숨이 나왔다면, 기억해주세요. 아기는 지금 타고난 시계대로 정확하게 살고 있고, 그 시계는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천천히 늦춰집니다. 부모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만들어진 리듬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형성 중인 이 시계를 건강한 방향으로 받쳐주는 환경은 무엇일까요. 연구자들이 가장 일관되게 꼽는 변수는 빛, 그중에서도 낮의 야외 시간입니다. 다음 편에서 아기의 하루에 빛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 Randler, C., Faßl, C., & Kalb, N. (2017). From Lark to Owl: developmental changes in morningness-eveningness from new-borns to early adulthood. Scientific Reports, 7, 45874.
- LeBourgeois, M.K., Carskadon, M.A., Akacem, L.D., Simpkin, C.T., Wright, K.P., Achermann, P., & Jenni, O.G. (2013). Circadian phase and its relationship to nighttime sleep in toddlers. Journal of Biological Rhythms, 28(5), 32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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