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아기 대부분이 종달새로 태어나고, 그 생체시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형성되는 중이라는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형성 중인 시계에는 매일 시각을 맞춰주는 기준 신호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가 빛입니다. 요즘은 아기를 더 재우려고 암막커튼을 쓰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아기의 하루를 측정해보면, 정작 낮 동안 받는 빛은 생각보다 부족합니다.
낮 시간의 8분의 1만 닿는 100럭스의 빛
2012년 Tsai 연구팀은 생후 평균 50일 영아 22명에게 빛과 활동을 함께 기록하는 모니터를 7일 동안 채우고 하루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아기들이 100럭스 이상의 빛을 받은 시간은 낮 시간의 8분의 1에 그쳤습니다. 100럭스는 평범한 집안 조명 수준의 밝기입니다. 8분의 7에 해당하는 그외의 시간에는 생체시계 관점에서는 어둠으로 분류되는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빛에 충분하게 노출된 아기일수록 활동시간의 낮밤 리듬이 더 뚜렷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우리의 눈에 실내가 충분히 밝아 보이더라도 생체 시계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증명한 연구입니다.
빛에 있어서 실내와 야외의 노출량은 차원이 다릅니다. 아무리 흐린 날이라도 실내 조명보다 수십 배 밝으며, 맑은 날의 빛은 수백 배까지 차이가 벌어집니다. 생체시계에게는 창문 안쪽과 바깥 쪽의 빛의 강도는 전혀 다른 세계나 다름없습니다.
낮밤의 대비가 흐릿하면 시계가 늦춰진다
빛이 부족하면 시계는 어떻게 될까요. 2024년 Kok 연구팀은 빛과 아기 생체시계를 다룬 연구 25개를 모아 정리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미숙아 실험에서 이런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낮과 밤의 명암을 분명히 나눠준 아기들은 활동의 하루 주기가 23.99시간으로, 거의 정확히 24시간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반면 하루 종일 흐릿한 빛만 받은 아기들의 주기는 24.77시간으로 늘어졌습니다. 매일 약 46분씩 시계가 뒤로 밀린 셈입니다.
사람의 생체시계는 원래 24시간보다 조금 길게 가도록 맞춰져 있어서 매일 빛으로 시각을 고쳐주지 않으면 조금씩 뒤로 처집니다. 명암이 흐릿한 환경에서는 이 보정이 약해지고 시계는 바깥세상의 24시간에서 서서히 어긋납니다. 낮에 밝은 빛을 들이고 밤에 어둡게 해주면, 매일 조금씩 뒤로 밀리는 시계를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미숙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 만삭 아기에게 이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명암 대비가 하루 주기를 24시간에 붙들어준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가을에 태어난 아기, 봄에 태어난 아기
아기가 처음 빛을 만난 계절에 따라 크로노타입이 달라질까요?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태어난 계절에 따라 아침형과 저녁형 비율이 조금씩 갈린다고 합니다.
해가 짧은 가을과 겨울에 태어난 아기 중에는 아침형이 더 많았고, 해가 긴 봄과 여름에 태어난 아기 중에는 저녁형이 더 많았습니다. 계절별 낮 길이 차이가 큰 고위도 지역일수록 이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차이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여름에 태어난 아기의 멜라토닌 분비가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그 차이는 생후 16주 무렵에 사라졌습니다. 태어난 계절에 따라 출발점이 조금 다를 수는 있어도, 그 뒤 시계가 어느 쪽으로 형성될지는 결국 매일 만나는 빛에 달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낮에 쬔 빛이 밤잠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낮에 쬔 빛이 밤잠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2023년 Yoshida 연구팀은 생후 3~5개월 아기 43명을 실생활 속에서 측정했습니다. 손목 활동기록계로 수면을 기록하고, 부모 일지와 설문을 통해 빛 환경을 함께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낮에 빛을 더 많이 쬔 아기일수록 밤에 더 효율적으로 잤고, 낮에는 더 또렷하게 깨어 있었습니다.
물론 빛이 밤잠을 만들었는지, 밤잠을 잘 자는 아기의 가정이 낮에 더 활동적이었는지는 이 연구만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그저 상관 관계가 있다는 의미이지, 어떤 인과가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낮을 밝게, 밤을 어둡게 하는 것이 생체시계의 리듬을 받쳐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기의 하루에 빛을 배치하는 법
낮은 밝게, 밤은 어둡게. 생체시계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낮과 밤의 대비를 키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인위적으로 맞추는 명암 대비, 곧 낮 100~250럭스와 밤 20~50럭스라는 기준은 평범한 가정의 낮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내 자연광이 대략 200럭스, 전등을 끈 밤의 빛은 0.2럭스로, 가정에서도 특별한 장비 없이 커튼과 조명만으로도 충분한 대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침엔 암막커튼을 활짝. 밤사이 빛을 막아주던 암막커튼을 아침까지 닫아두면 시계의 기준점이 가려집니다. 아침 빛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강한 신호라, 아기가 깨면 커튼을 열어 방으로 빛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더 재우고 싶은 마음에 아침까지 어둡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둡게 둔다고 기상 시각이 그만큼 뒤로 미뤄지지도 않습니다. 아직 빛에 민감하고 시계를 익히는 중인 아기는 어둠 속에서도 이른 새벽에 깨어 한참을 뒤척이다 다시 잠들곤 합니다. 기준점을 놓친 시계가 자리를 잡지 못하면 밤잠은 물론 낮잠 시각까지 함께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오전~이른 오후, 하루 한 번의 야외 시간. 빛을 확실하게 쬐려면 산책이 가장 좋지만, 나가지 못한다면 창문을 연 베란다에서라도 바깥 빛을 만나는 것 자체가 생체 시계에 신호를 줍니다. 유모차가 되었든 아기띠가 되었든, 아파트 단지 한 바퀴만 돌더라도 좋습니다. 아무리 흐린 날도 야외의 빛은 실내보다 훨씬 강하니, 날씨는 선택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내에서는 창가가 가장 밝은 자리. 낮 동안 커튼을 열고, 놀이나 수유를 창 가까이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노출량의 차이가 생깁니다.
해가 지면 조명도 한 단계씩 어둡게. 멜라토닌은 어두워지면 분비가 촉진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한 시간 정도는 집안 조명을 단계적으로 낮춰 해가 지는 과정을 흉내 내주면 좋습니다. 불을 한 번에 끄기보다 서서히 줄이는 편이 ‘이제 밤’이라는 신호를 부드럽게 전합니다. 밝은 화면은 아기 가까이에 두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밤중수유는 최소한의 조명으로. 한밤의 밝은 빛은 생체시계에 잘못된 시각을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낮에 쬐는 빛은 아기의 밤잠으로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 몸이 회복되지 않은 날, 둘째가 아픈 날에 못 나가게 됐다고 불안해하지 마세요. 하루 이틀 빛을 덜 쬐었다고 해서 생체 시계가 혼란에 빠지는 건 아니니까요.
종달새로 태어난 아기의 시계는 매일의 빛을 기준 삼아 천천히 자기 리듬을 잡아갑니다. 아침에 커튼을 걷고, 낮에 한 번 바깥 빛을 쬐어주는 것. 그 단순한 하루가 아기의 시계에 가장 또렷한 신호가 됩니다.
참고문헌
- Tsai, S.-Y., Thomas, K.A., Lentz, M.J., & Barnard, K.E. (2012). Light is beneficial for infant circadian entrainment: an actigraphic study. Journal of Advanced Nursing, 68(8), 1738–1747.
- Kok, E.Y., et al. (2024). The role of light exposure in infant circadian rhythm establishment: A scoping review perspective. European Journal of Pediatrics, 184(1), 112.
- Yoshida, M., Ikeda, A., & Adachi, H. (2023). Contributions of the light environment and co-sleeping to sleep consolidation into nighttime in early infants: a pilot study. Early Human Development, 189, 10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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